"빛을 잃은 이들에게 세상의 빛을 찾아주려는 생각은 120년 동안 변하지 않았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이상렬(52·사진) 안과 과장은 개원 120주년을 맞아 눈 질환 환자 120명에게 개안수술을 해 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이 이번에 무료 개안 수술에 나선 것은 1904년 개원할 당시 첫 수술이 백내장 수술이었기 때문. 이 과장은 "당시 ‘아직 세상을 보지 못한 조선인들에게 세상의 빛을 준다’는 의미에서 백내장 수술이 이뤄졌다"며 "역사적 상징성에다 소외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는 의미로 사업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올해 2월부터 한 달간 무료 개안 수술 대상자 신청을 받아 300여 명 가운데 일단 30명을 선정했다. 처음 수술을 받는 대상자는 유전질환으로 눈동자에 영양분이 끼어 1c 앞도 제대로 못 보는 손봉금씨. 손씨의 자녀 2명도 같은 병을 앓고 있다.
이 과장은 "신청자 대부분이 생활고에 찌들어 병원조차 가지 못해 병을 키운 이들"이라며 "300여 명이 수술을 신청했지만 대다수가 수술 기회를 놓쳐 이미 실명이나 다름없는 상태여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개안 수술뿐 아니라 6개월간의 진료비와 약품비를 전액 지원한다. 재발됐을 경우에도 무료로 재수술을 해 줄 계획이다.
수술 대상은 백내장 녹내장 각막질환 망막질환 눈꺼풀질환 사시 등을 앓고 있는 소년소녀가장, 무의탁 노인, 중증 장애인이며 신청은 홈페이지(www.severance.or.kr)에서 신청서를 작성한 뒤 사회사업팀으로 상담하면 된다. 문의 (02)361-6981~3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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