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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지휘자로 영입 정명훈씨/ "세계적 교향악단 도약 초석 다질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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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지휘자로 영입 정명훈씨/ "세계적 교향악단 도약 초석 다질 터"

입력
2005.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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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52)이 서울시향을 맡았다. 서울시는 2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씨를 재단법인으로 새 출발하는 서울시향의 지휘자로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씨는 2005년 한 해는 음악고문으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음악감독으로 활동한다.

이 자리에서 정씨는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발전을 돕는 건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꿈"이라며 "서울시향을 갑자기 굉장한 수준으로 만든다기보다는 성장의 기초를 다지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1998년 KBS교향악단을 맡았다가 음악감독의 권한과 행정적 지원에 관한 마찰로 넉 달 만에 사임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 서울시향을 맡게 된 건 서울시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케스트라 발전은 지휘자 혼자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지휘자, 우수한 단원, 이를 뒷받침하는 꾸준한 지원이 모두 갖춰져야 가능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에서 일하는 데 처음으로 자신감을 가질 만큼 서울시가 충분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전용홀 건립 등 상상 못했던 조건까지 마련해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동석한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시향 연주자들이 예술가로서 자존심을 갖고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씨는 음악고문으로 활동하는 첫 1년은 일종의 준비기간 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에서는 2~3년 전에 지휘자 계약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우리나라는 뭐든지 빨리 하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진행돼서) 올 한해는 완벽한 책임을 다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음악고문으로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정씨의 영입으로 서울시향이 크게 발전할 거라는 기대가 높지만 그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88올림픽 때 정부로부터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들려면 얼마나 걸리겠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충분한 지원이 있을 경우 세계 수준까지는 20년, 일본 만큼 되려면 10년쯤 걸릴 거라고 답했는데, 이번에는 더 짧아질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듭니다. 전용홀이 완공될 때쯤이면 굉장히 좋은 오케스트라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날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향은 4월 말까지 국내외 연주자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해서 새로 단원을 구성하며 일부 악장·수석·부수석은 정씨가 직접 오디션할 예정이다. 단원 구성이 끝나면 5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 8, 9월께면 정씨가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지휘자로서 공부하고 연주하는 것 외에 가장 많이 해온 일이 오디션입니다. 오디션 자체도 힘들지만, 좋은 사람 찾기는 더 어려워요. 프랑스 파리의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1,000명의 성악가를 직접 오디션 했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뛰어난 사람은 딱 1명 뿐이었습니다. 단원 오디션은 친분을 떠나 오직 제 귀로만 듣고 판단할 것입니다."

서울시향을 어떤 색깔의 교향악단으로 키울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앙상블과 열정을 강조했다. "한국인들은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고 감정도 아주 풍부하지만 솔리스트 기질이 강해 앙상블에는 약한 편입니다. 반면 일본 음악인들은 앙상블은 좋지만 뜨거운 감정이 모자라지요. 서울시향을 기가 막힌 앙상블로 뜨거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음악감독, 도쿄 필하모닉 예술고문도 맡고 있는 "내년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 후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연간 10~12주가 될 것"이라며 "더 늘리도록 노력하겠고 일이 잘 되면 아예 한국에 눌러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20년, 유럽에서 25년 가까이 살았지만 자신이 100% 한국인이라는 자각과 함께 나이가 들수록 고국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느끼고 있다"며 "그 동안 외국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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