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살고 있는 이중섭(1916~1956) 화백의 둘째 아들 태성(일본명 야스나리·56)씨가 52년 만에 처음으로 방한, 내년으로 다가온 이중섭 50주기 기념사업계획을 밝혔다.
태성씨는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의 사망 50주년을 맞아 기념관 건립과 서울 망우리에 있는 묘소 이전, 회고 전시회 등을 추진하게 될 ‘이중섭예술진흥회’ 를 여의도에 개소, 4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시한이 끝나 가는 망우리 묘소는 고인이 작품생활을 했던 제주 서귀포로 이장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기념사업의 재원은 부인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남덕·84)씨가 지난 달 서울옥션을 통해 내놓은 7점의 미공개작 판매수익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16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이 7점의 미공개작 중 한 점인 ‘아이들’은 3억1,000만원(수수료 별도)에 낙찰돼 이중섭 작품 최고 경매가를 갱신한 바 있다.
태성씨는 이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중섭 화백의 그림을 상당수 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가 일본에 머무셨던 1953년 어머니께 전해주셨고, 한국에 귀국하신 뒤에도 우편을 통해 보내 주셨다"며 "때가 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미술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공개작들의 진위 여부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에 있는 아버지의 사촌 동생이 ‘화집을 내겠다’고 200여 점의 그림을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은 충격으로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작품들"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태성씨는 시인 고은 씨가 쓴 ‘이중섭 평전’ 등 한국에서 출간된 각종 관련 서적이 이중섭을 왜곡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아 며칠에 걸쳐서 이야기해야 할 정도다. 책을 일본어로 번역해 전해준 사람이 있는데 어머니께서 읽고 쇼크를 받아서 지금도 상태가 안 좋다"고 주장했다. 또 "아버지와 관련된 오해는 내년에 영화가 개봉되면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튜브픽쳐스와 일본의 마크 엔터프라이즈가 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이 영화는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으로 유가족들의 검토와 자문을 받고 있다.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난 이중섭 화백은 일본 유학시절 야마모토 마사코씨를 만나 결혼했으며 한국전쟁이 터지자 1952년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의 처가로 보낸 뒤 56년 서울적십자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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