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이제까지 산수유 꽃을 많이 보아 잘 안다는 듯이 ‘아, 그 꽃’ 하고 말하지만, 정작 그 나무의 이름이 ‘산수유’인지 모른다. 꽃은 눈에 익어도 이름을 모르니, 꽃을 설명하는 말이 요란하다.
가족에게 설명할 때는 ‘할아버지 댁으로 올라가는 길옆에 봄에 노랗게 피는 꽃나무’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봄에는 카스텔라 같은 꽃이 피고, 가을엔 대추보다 훨씬 작은 체리 색 열매가 달리는 나무’라고 말한다.
어릴 때 엉겅퀴에 대해 내가 그랬다. 이상하게 ‘엉겅퀴’라는 말이 어려워 듣고도 금방 잊어버리곤 했다. 그러면 설명하는 말이 길어진다. 스무고개를 하듯 상대가 그것을 알아들을 때까지 하나하나 설명을 더하는 것이다. "잎은 커다란 민들레 같은데 잎과 줄기에 가시가 있는 꽃 말이야." "꽃은 연보라 색인데 만지면 끈적끈적한 진이 묻어나와." "잎과 줄기는 꺾으면 하얀 진이 나오고."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서로 답답하다. 얼굴은 알고 이름은 모르는 어느 배우를 설명하는 방식이 꼭 이럴 것이다. 그래서 사람도 꽃도 그의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그래야만 그 꽃이 ‘엉겅퀴’가 되고 또 ‘산수유’로 향기를 갖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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