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사진은 삶 자체입니다. 순간순간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을 통해 인생을 완성시켜가고 있습니다."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진으로 2002년 퓰리처상 사진보도 2개 부문(속보, 기획)을 수상한 미국 뉴욕타임스의 사진기자 이장욱(37)씨가 한국언론재단의 초청을 받아 내한했다. 22일 기획사진보도를 주제로 한 강연에 하루 앞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토네이도’란 별명처럼 패기와 열정으로 전세계 사건현장을 누벼온 10여년을 풀어놓았다.
중앙대 건축과 1학년 때인 1986년 미국 이민을 간 그는 뉴욕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94년 뉴욕타임스 인턴과정을 거쳐 그 해 가을 정식기자가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역시 9·11 당시 세계무역센터 북쪽타워가 무너지는 장면을 담은 퓰리처상 수상작. "취재지시를 받고 무작정 뛰었습니다. ‘저러다 무너질 수 있겠다’ 싶어 카메라를 들었죠. 전날 US오픈 테니스대회를 취재하느라 평소 잘 쓰지 않는 400mm 롱 렌즈를 갖고 있었던 게 행운이었죠. 순간 건물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세 프레임을 찍고 나자 건물이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리더군요."
이씨는 이후 아프가니스탄 취재를 자원, 4개월 여를 머물며 총탄이 퍼붓는 격전지와 전쟁 와중에도 일상을 이어가는 아프간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독자들이 사진을 보고 "모르던 세계를 알게 해줘 고맙다" "사진 속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올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여러 매체가 범람하는 요즘, 사진이야말로 독자들을 인쇄매체에 끌어들이는 주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진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열린 마음’을 들었다. "눈으로만 피사체를 좇아서는 좋은 사진을 잡을 수 없어요. 세상에는 아무리 뛰어난 감독도 연출할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집니다. 열린 마음으로 봐야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요즘 중국 주재로 발령 받으려 애쓰고 있다. "10억이 넘는 사람들 삶에서 무궁무진한 얘기가 나오지 않겠어요? 더불어 북한과 동남아까지 취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사진=연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