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강자에게 꼿꼿하고 약자에게 따뜻해야 합니다."
2년 임기를 마치고 다음달 2일 퇴임하는 송광수(55·사진) 검찰총장이 21일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대선자금수사를 비롯, 크고 작은 일로 정치권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내 목을 치겠다" "나를 먼저 조사하라"던 검찰 수장의 모습과는 달리 그는 시종 부드럽게 속삭이듯 그 동안의 소회와 뒷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대선자금수사에 대해 그는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왜 어려운 일이 없었겠습니까. 저뿐 아니라 수사진에게도 여러 압력이 있다는 보고도 받았습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해 여건도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은 살다 보면 늘 있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거듭 분명히 밝혔다. 특히 공수처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조사처라고 하더니 어느새 수사처로 바뀌었다. 수사가 그렇게도 하고 싶은가"라며 여전히 불만을 드러냈다.
30년 검사생활 내내 엘리트 코스를 걸었던 송 총장은 공직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성실’을 꼽았다. 성실함이 보람과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후배 수사 검사들을 향해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되 비겁한 수사는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비겁한 수사’의 의미를 묻자 "자신의 뜻이 아닌 상부·외부의 뜻에 따른 수사, 또는 힘을 이용한 정도(正道)가 아닌 수사"라고 설명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도 화제에 올랐다. 그는 강 전 장관과 수 차례 갈등을 빚은 것으로 비쳐진 것에 대해 "유관기관과는 협조는 물론, 긴장도 필요한데, 좋지 않은 이미지만 부각됐다"고 말한 뒤 "오늘이 강 전 장관 생일이어서 작은 선물을 보냈다"며 호의를 갖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송 총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 검찰 인사권 독립을 둘러싼 정권과의 갈등 속에 임명됐다. 숱한 난관을 헤치고 검찰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반영하듯 사상 최초로 팬클럽을 가진 검찰총장이 됐다. 하지만 그는 "지난 2년이 가족에게는 감옥살이였다"고 말했다. 아는 체하는 사람이 많아 부인과 동네 슈퍼를 갈 때면 모자와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 신뢰받는 검찰이 될 것. 자체 정화에 박차를 가해 깨끗한 검찰이 될 것. 수사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 할 것." 후배 검사들에게 당부하고 싶다면서 자신의 세가지 신조를 설명하기도 했다.
간담회를 끝낸 뒤 딱딱함을 털어내려는 듯 한마디 첨언했다. "제 눈썹이 안보이지요. 젊은 시절 눈썹을 한번 깎아버리면 진하게 다시 난다고 해서 그랬는데. 이후 눈썹이 없어졌어요." 송 총장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의 팬클럽에선 ‘총장의 미소가 모나리자를 닮았다’는 얘기들이 많다고 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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