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로 15년을 살아온 테리 시아보(41)의 생명연장을 위한 특별법안이 20일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안락사 등 생명윤리에 관한 논란이 다시 거세게 일고 있다.
상원은 부활절 휴회기간 첫 날이자 일요일인 이날 이례적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시아보의 영양공급장치를 제거하는 것은 연방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원도 21일 새벽 이 법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했다.
텍사스에서 휴가 중이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급히 워싱턴으로 날아와 법안에 신속히 서명함으로써 의회의 결정에 화답했다. 촛불시위 등을 벌이며 부시 대통령에게 구명을 호소한 시아보의 부모와 지지자들은 시아보의 영양공급장치 튜브가 다시 연결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의학적으로 소생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18일 시아보의 영양공급장치 제거를 승인한 플로리다주 항소법원의 판결 이후 미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시아보 논란’은 이로써 연방 법원의 최종판단만을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은 이 사건으로 안락사 낙태 등의 논쟁이 정파간 이해대립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하원 표결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3명을 제외하고 전원 찬성표를 던진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가 찬성보다 더 많았다. 절반 정도는 기권했다. 가정문제에 의회가 개입한다고 항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17일 "생명의 문화를 세워 나가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하며, 이는 장애를 가진 개개인에게까지 연장돼야 한다"며 안락사를 반대하는 교회 등 보수진영의 입장을 적극 개진했다. 또 "법원은 생명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 이라고 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국민은 ‘시아보 사건’과 관련, 남편의 입장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BC와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5%는 남편의 입장을 이해한 반면 부모를 지지한 응답자는 25%에 불과했다. 본인이 시아보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삶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87%로 압도적이었다.
미국은 플로리다주를 비롯한 대다수 주에서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추세다. 유럽도 비슷하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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