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당 의장 후보들이 21일부터 전국 순회 대장정에 돌입했다. 후보들은 이날 부산, 제주를 시작으로 전당대회 이틀전인 31일까지 16개 시도를 돌며 토론회, 지역언론간담회, 현장방문 등 대의원의 표심을 잡기위한 막판 열전을 벌인다. 경선 판세를 결정할 최대 분수령이자, 독도 문제 등에 파묻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전당대회 바람몰이를 위한 마지막 기회다.
여기에 1위를 달리던 문희상 후보의 교통사고라는 돌출 변수가 예측불허의 상황을 낳고 있다. 후보들은 한동안 병원신세를 지게 된 문 후보의 공백이 판세에 어떤 변화를 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 후보측은 이날 부산MBC 토론회 등에서 사회자가 문 후보의 인사말과 맺음말,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대독해주도록 당 선관위에 요청했으나, 김원웅 후보측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신경전도 벌어졌다. 당 선관위는 부랴부랴 회의를 열어 전화로 문 후보의 인사말, 맺음말을 허용키로 했다.
주변에선 한동안 선거운동이 어려워진 문 후보가 불리해졌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받고 있는 문 후보가 토론회 등에서 이들의 파상공세를 피할 수 있어 오히려 득이란 반론도 있다. 장영달 후보 등 다른 후보들도 "교통사고가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보들은 이날 오후 문 후보가 입원해 있는 부산 동아대 병원을 찾아 위로했다.
이날 열린 부산MBC와 제주 케이블 방송 토론회에서는 ‘개혁 대 실용’이라는 대결구도가 재현됐지만, 지역정서를 파고드는 모습도 잦았다. 문 후보 불참으로 문 후보를 겨냥해 날선 질문을 준비했던 경쟁 후보들이 최근 상승세를 탄 김두관 유시민 후보에게 포문을 돌려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의 새 화두는 지역감정 타파 방안이었다. 김두관·김원웅 후보는 중·대선거구제와 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배제를 제시했다. 염동연 후보는 공무원의 영호남 순환근무를 제안했다.
반면 유시민 후보는 "제도적 대안 이전에 영남에도 우리당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후보는 "영호남 소장 개혁파가 미는 단일후보인 나를 당선시키는 것이 지역감정 타파의 토대"라고 읍소했다.
장영달 후보는 영남 지역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개발과 집행을 강조했고 한명숙 후보는 영호남 인사의 균형 등용이란 탕평챙을 역설했다.
부산에서는 ‘노심’구애가 벌어졌다. 부산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임을 의식한 것이다."호남 사람인 제가 노무현 곁에 아무도 없을 때 함께 했다"(염동연 후보) "노무현 후보가 이곳에서 부산갈매기를 부를 때가 생각난다"(송영길 후보)는 등 대의원들의 ‘노무현 정서’를 살려보려는 발언이 속출했다.
제주에서도 후보들은 저마다 제주와의 개인적 인연을 강조하고, 제주 특별자치도 추진, 한국관광공사 등의 제주 유치 등을 내세우며 지역정서를 파고들었다.
부산·제주=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교통사고 전말/ 승합차와 충돌…車는 폐차 文 "3~4일뒤 퇴원"…병원선 말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문희상 의원이 20일 오후 7시30분께 부산에서 오른쪽 코 밑부분이 크게 찢어지고 오른쪽 다리와 왼손에 피멍이 드는 교통사고를 당해 동아대 의료원에 입원중이다. 이날 사고는 해운대구 송정터널 입구의 송정 삼거리에서 문 의원 일행이 탄 체어맨 승용차가 직진하려다 맞은 편에서 좌회전하던 트라제 승합차와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문 의원은 이날 울산시지부 행사를 마치고 21일로 예정된 부산MBC TV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숙소인 해운대 메리어트호텔로 가던 중이었다. 권기식 보좌관은 21일 "문 의원은 사고 당시 뒷자리에 앉아있다 앞 좌석에 부딪쳐 얼굴만 열 바늘을 꿰매는 등 피멍이 들었고 목과 허리도 다친 것 같다"고 전했다. 운전사는 마침 에어백이 터져 무사했고 옆 자리에 탄 수행비서도 무릎 등을 다쳤으나 심하진 않다. 체어맨 차량은 크게 부서져 폐차했다.
문 의원은 이날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순간인 것 같다"며 "죽지 않았으니 3~4일 뒤 퇴원해 경선 일정을 강행하겠다"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실밥을 빼는 데만 닷새 이상 걸리고 후유증에 대한 검사 및 안정을 위해 2주 정도는 입원해야 한다"고 조기 퇴원을 말리고 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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