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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미루고…野 발빼고…공공기관 이전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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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미루고…野 발빼고…공공기관 이전 ‘눈치’만

입력
2005.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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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문제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 2일 어렵사리 ‘행정도시특별법’을 통과시킨 정치권이 지금껏 후속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민심을 의식한 여당은 "수도권 대책부터 마련하자"며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뒷전으로 미뤘고, 후폭풍에 시달리던 한나라당은 아예 발을 빼고 있다.

국회 행정수도후속대책특위 위원장인 열린우리당 김한길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수도권대책이 구체적으로 진전된 뒤에 발표해야 하며 지난 18일 당정청 협의에서 동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당초 공공기관 이전계획을 확정지은 뒤 수도권 발전대책을 내놓겠다는 정부 여당의 구상이 ‘선 수도권 대책마련, 후 공공기관 이전’으로 바뀐 것이다.

여권의 입장 변화는 특별법 통과 이후 악화한 수도권 민심 달래기 성격이 강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의 17일 조사에 따르면 행정부처 일부의 충청 이전에 대해 ‘잘못했다’(49.1%)는 답변이 ‘잘했다’(41.4%)보다 많았고, 특히 수도권의 부정적인 평가는 60%에 육박했다. 특단의 대책 없이 공공기관마저 지방으로 옮겨갈 경우 비판여론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특위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를 빌미로 궤도를 수정하는 부담을 덜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전 대상기관 수와 원칙을 포함해 특위에서 성역없이 논의할 수 있으며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전 기관의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행정도시특별법과 마찬가지로 정부 여당의 ‘들러리’가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지역구 의원들에게 180여개 공공기관 이전을 논의하라는 것은 국회에 부담을 떠넘기려는 얄팍한 행위"라고 비난했고,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여당의 협조 요청을 ‘물귀신 작전’에 비유했다. 방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공공기관 이전은 국회의 입법사항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초 국회 특위 내에 국가균형발전소위를 구성해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논의키로 한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었다는 점에서 비판도 적지 않다. 특위 소속 한 의원은 "수도권 민심과 공공노조의 반발, 무엇보다 수도분할반대투쟁위 소속 의원들의 내부 비판 때문에 정책대안 제시라는 야당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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