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한·중·일 정부에 북 핵물질 수출 관련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워싱턴 포스트 20일자 보도는 우리를 황당하게 한다. 보도에 따르면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6불화우라늄(UF6)을 리비아에 판매한 것은 파키스탄인데도 미 정부는 북한이 수출했다고 통보해 결과적으로 3국 정부를 오도 또는 기만했다고 한다. 미 정부는 지난달 초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언론에도 같은 내용의 잘못된 정보를 흘려 대서특필되도록 언론 플레이를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다.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고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6자회담 참가국들 간 긴밀한 협조와 신뢰가 필수전제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 압박에 소극적인 한국과 중국의 태도를 돌리기 위해 거짓 정보를 전달했다면 참가국들 간 신뢰를 결정적으로 훼손한 것이다. 북한의 핵 관련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이 의도에 따라 정보를 마음대로 가공해 관련국들에 제공한다면 6자회담의 틀은 유지될 수가 없다. 미국은 2년 전 이라크 침공 때에도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왜곡한 사실이 밝혀져 신뢰도에 큰 상처를 입었다.
미국은 그 동안 6자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책임은 북한에 있고 한국과 중국의 유화적 태도가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거짓 정보 제공에 의한 불신 및 고압적·독선적 태도가 문제라고 해도 미국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10일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할 때 핵 물질 수출설 등에 의한 미국의 대북 적대적 행위를 일본의 납치자 유골 가짜 주장과 함께 주요 이유로 들었다. 북한이 넘겨 준 납치자 유골이 가짜로 밝혀졌다는 일본 정부 주장도 최근 네이처지에 의해 강한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미국과 일본이 짜고 북한을 압박한다는 음모설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영 좋지 않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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