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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Briefing/ 레몬혁명 - 그루지야·우크라와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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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Briefing/ 레몬혁명 - 그루지야·우크라와 ‘닮은 꼴’

입력
2005.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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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지역에 부는 서구식 민주화 바람이 점점 중앙아시아 깊숙한 곳으로 몰아치고 있다. 2003년 그루지야의 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에 이어 레몬을 상징색으로 택한 키르기스스탄 반정부세력의 시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장기독재-부정선거-지역분열로 이어지는 순서도 닮은 꼴이다.

키르기스 사태는 지난달 27일 총선 이전부터 예고돼 왔다. 구 소련 붕괴 후 14년 간 집권해 온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은 아들과 딸까지 의회에 진출하는 압승을 거뒀다. 여당은 총의석 75석 중 69석을 차지한 반면 야당은 겨우 6석을 얻어 기존 20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야당은 투표과정에서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부정이 이뤄졌다고 즉각 선거무효를 선언했다. 선거 감시 활동에 나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도 "매표, 흑색 선전, 언론 조작 등 대단위 선거부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배경에는 남과 북으로 나뉜 종족간의 뿌리깊은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키르기스는 북쪽으로 카자흐스탄, 서쪽으로 우즈베키스탄, 동쪽으로 중국, 남쪽으로 타지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슬람 산악국가다. 특히 남서부의 우즈베키스탄계 주민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수도 비쉬켁 등의 북부의 키르기스계 주민에 대한 반감이 깊다. 21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남서부 오슈는 1980~90년대 유혈종족 분쟁의 무대였고, 20일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남부의 중심도시 잘라라바드는 야당인 인민행동당 당수 쿠르만벡 바키예프의 고향이다. 정부측은 이번 시위에 대해 한편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편에선 시위대를 폭도로 단정, 강경진압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유혈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9·11 직후 이 지역에는 미군 공군기지가 건설됐다. 이미 성역을 침범 당한 러시아는 친미·친유럽 정권의 등장을 감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선당시처럼 난처한 입장에 처할 것을 고려,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유럽과 미국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안보협력기구는 20일 "정부와 야권이 무력사용을 자제하고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만을 발표했다.

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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