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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수수료 인하 생색내기

입력
2005.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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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국내 리딩뱅크로서의 공익성을 중시하고 이용 고객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수수료 조정을 단행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자동화기기 수수료 인하를 권고했다고 밝힌 지 열흘 남짓.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한발 앞서 수수료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잔뜩 모양을 내기는 했지만, 정작 인하 내용은 금감원이 권고한 최저 수준 정도였다.

국민은행의 ‘계산’은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어차피 금감원 권고를 따르지 않을 수 없으니, 이왕이면 남들보다 먼저 인하를 발표하는 것이 ‘리딩뱅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제 눈치만 보고 있던 다른 은행의 경우에도 국민은행의 ‘가이드 라인’에 따라 소폭의 수수료 인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오래된 우스갯소리로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이라고 했다. 고객들은 "손해를 보면서도 수수료를 내린다"는 은행의 선심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은행의 손익 계산서에서 대고객 수수료 부문에서 손실을 입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고, 은행들이 마지못해 따르는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믿는다. 양심에 비춰 "밑지고 파는" 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이제라도 금감원의 권고 여하를 떠나 수수료 인하 계획을 철회했으면 한다. 공공성을 떠나 그것은 기업의 본분을 저버린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금융당국이나 타 은행의 눈치를 보며 생색내기에 치중하지 말고 각 은행 자율적으로 합리적인 수수료 수준을 다시 제시하길 바란다.

이영태 경제과학부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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