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21일 중국 방문을 끝으로 한·중·일 3국 등 아시아 지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의 장관 취임 후 첫 동북아 나들이는 결론적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일정은 다양했고 수사도 화려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핵 문제 당사국들의 눈길을 끌 만한 새 제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유럽에 이어 아시아 순방을 통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외교 기조를 부각시키는 메신저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고 사전 정지작업을 벌였으나, 중국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을 원하고 북한이 회담에 복귀토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들었다. 결과적으로 라이스가 떠난 뒤 한·미·중·일 등의 이견은 4국 4색으로 더욱 뚜렷하게 부각됐다.
미 언론은 경고의 메시지를 흘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0일 "중국과 한국이 북한을 대화에 복귀시키기 위해 경제 혜택과 같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하는데 대해 부시 행정부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 정부와 의회 내 강경파들이 북한 상황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올 여름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성명 채택 등 6자 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 이외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라이스 장관은 중국 방문 첫날인 20일 예정에 없이 베이징 강와스교회에서 종려주일 예배에 참석하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종교의 자유 및 인권 침해에 대해 중국을 비판하는 외교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의 무기 금수 조치 해제 및 중국의 군사력 증강, 반국가분열법 제정으로 불거진 대만과의 긴장 관계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며 중국과의 대립각을 뚜렷이 세운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난 라이스 장관의 외교를 두고 부시 대통령의 ‘자유의 확산’이라는 외교기조를 대외적으로 전하는 전령 역할에 충실하다고 평가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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