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어제 방한일정을 마치고 아시아 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중국으로 떠났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라이스 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에 대해 유익한 협의를 했으며 한미동맹 관계가 굳건한 포괄적·역동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 만족했다고 밝혔다.
반 장관이 말한 대로 최근 대북지원 등 상당수 현안을 둘러싸고 울퉁불퉁했던 양국관계가 라이스 장관의 방한을 통해 고르게 조율됐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대북 비료지원과 경협 문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언급이 없는 점은 개운치 않다. 지금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단계로 굳이 대북 지원 중단 등 구체적인 압박 조치를 논의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논의하고도 의견접근이 안 돼 언급하지 않았다면 걱정이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히면서 북한을 의도적으로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 나라를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뜻이고 이는 적대시 정책 철회 및 공존 약속을 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우회적으로 답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6자회담 내에서 북한과 양자협의를 가질 수 있고 북한의 우려사항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자신들을 폭정의 거점으로 지칭한 라이스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해 온 북한 지도부가 이 정도의 언급에 만족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가 북한을 주권국가로 부른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북한은 미국이 대외정책의 큰 원칙에서 내건 부분을 문제 삼기보다는 6자회담에서 협상을 통해 실리를 취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미국의 성의를 거듭 촉구해 온 우리는 이제 북한의 유연한 대처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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