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 박이소(61·사진) 위원장 등 노조 핵심간부들이 잇따라 검찰에 구속되면서 ‘노조왕국’의 비리 사슬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김종로 부장검사)는 20일 박 위원장과 함께 공금횡령 혐의 외에 조합원 채용 등 비리에 깊숙이 연루된 항운노조의 막후 실세로 알려진 오문환(66) 전 위원장도 이르면 이번주 초 소환, 실체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이 와중에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을 과거 선거 때마다 유세현장에 동원했다는 전·현직 노조원들의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정치권과의 유착 가능성도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부산항운노조의 비리의혹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조비리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2003년 4월 당시 항운노조 적기연락소장 설만태(46)씨가 박 위원장과 오 전 위원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부터.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6월 1년여간의 수사 끝에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항운노조 비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불복한 설씨는 같은 해 7월 부산고등검찰청에 항고했으며, 검찰은 10월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뚜렷한 물증확보에 실패, 흐지부지되어 가던 검찰 수사는 지난 9일 설씨를 비롯한 이근택(58) 전 상임부위원장 등 전·현직 노조원 5명이 내부비리를 폭로하는 ‘항운노조의 민주화와 개혁을 염원하는 양심선언’을 계기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양심선언에 참가한 이들은 자신들도 500만~2,000만원을 주고 노조에 가입했다고 고백한데 이어 김영수(33) 김정석(47)씨 등 2명은 "노조간부를 통해 2,000만원을 전달했지만 취직조차 되지 않았다"며 노조 상납비리를 폭로했다.
검찰도 14일 부산 동구 초량동 항운노조 사무실 등 8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 비리와 관련된 상당부분의 자료를 확보하면서 이모(45·구속) 총무부장 등 노조간부 2명과 공사업자 강모(57·구속)씨 등3명을 긴급체포했다.
항운노조의 구조적 비리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급기야 정부도 16일 독점적 노무공급권과 조합원이 아니면 일을 할 수 없는 ‘클로즈드 숍(closed shop)’ 체제의 수정방침을 밝혔으며, 대검찰청은 인천과 평택 등 전국항운노조에 대한 수사확대를 지시했다.
위원장 구속 등으로 사실상 조직이 와해된 항운노조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위원장 직선제 등 조직의 투명성 확보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클로즈드 숍’을 ‘오픈 숍’으로의 전환도 고려 중"이라며 밝히는 등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검찰이 현재 항운노조 비리와 관련, 5명을 구속하고 노조 전·현직 간부 13명의 출국금지와 13곳의 압수수색을 실시해 상당부분의 자료를 확보함에 따라 그동안 절대권력을 누려온 노조왕국의 먹이사슬이 철저하게 파헤쳐질지 주목되고 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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