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가까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최강으로 군림해 온 제너럴 모터스(GM)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주가는 10년 전 값어치로 떨어졌고 채권 값도 폭락했다. 신용 평가 기관들은 GM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GM이 흔들리자 다우존스 지수도 내려가고 덩달아 유럽과 호주의 주가마저 떨어지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GM의 위기는 안방인 미국시장의 판매 부진에서 비롯됐다. 올 들어 1,2월 동안 GM의 북미 지역 판매실적은 1년 전과 비교해 9.9% 떨어졌는데 전문가들은 도요타, 닛산, 현대자동차 등 외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2월말 현재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4.4%로 떨어져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최근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승용차에 비해 기름 소비량이 많은 ‘GM의 효자 차종’ SUV와 트럭의 판매 실적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악재로 꼽히고 있다.
릭 왜고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주당 순이익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주당 1~2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우리의 핵심 시장이자 현금 창고 역할을 해야 할 북미 시장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퇴직 근로자의 은퇴연금과 건강보험 등 돈 들어 갈 곳이 더 남아있기 때문. 지난해 GM이 퇴직자와 부양가족 110만명에 지급한 건강보험 비용은 52억달러.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56억 달러로 전망된다. CFO 존 데이븐은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면서 "특히 막대한 건강보험과 연금을 줄일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GM의 우울한 미래를 대변하듯 금융시장은 GM을 불안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S&P는 2006년 재무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며 GM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고 피치는 ‘BBB’에서 ‘BBB-’로 낮췄다. 특히 이들 기관은 GM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투자부적격(정크본드)’등급으로 또 다시 내릴 수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GM은 3,0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19일에는 45명의 정규직을 줄인다고 발표하는 등 비용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난 주말 왜고너 회장의 사퇴설이 흘러나오는 등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한 동안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기업까지 미국 시장 진출을 넘보고 있어 GM은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GM의 역사
GM의 역사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이자 기업 인수·합병의 역사다. 마차 공장을 운영하던 창업자 윌리엄 듀런트는 1904년 자동차 회사 ‘뷰익(Buick)’을 인수한 뒤 회사 이름을 GM으로 바꿨다.
그는 이어 ‘시보레(Chevrolet)’ 등 39개 회사를 인수했지만 무리한 확장으로 36년 파산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23년 사장에 오른 알프레드 슬론의 공격적 경영전략으로 37년 미 자동차 시장의 42%를 차지하며 시장점유율 선두에 오른 뒤 금융·방송까지 세력을 넓히던 GM은 도요타를 선봉으로 한 일본차의 침공과 오일쇼크의 여파로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구원 투수’로 나선 로저 스미스가 전체 종업원 19만명을 감원하는 대수술 끝에 위기를 모면한 후 현재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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