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인가, 단순한 보너스인가.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에 제동을 건 것을 계기로 스톡옵션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핵심은 스톡옵션의 취지(경영성과 동기부여)에 걸맞은 합리적인 지급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다.
◆ 되풀이되는 논란 = 1996년 무렵 국내에 스톡옵션제도가 도입된 이후 초기의 스톡옵션은 경영진이 운만 좋으면 ‘대박’을 챙길 수 있는 구조였다. 98~99년 ‘벤처 열풍’의 중심에 있던 이들은 주가 폭등의 기회를 틈 타 스톡옵션을 받자마자 행사한 뒤 이직하는 사례도 많았다.
은행권에서는 98년 김정태 당시 주택은행장이 "월급은 1원만 받겠다"며 택한 40만주의 스톡옵션이 대표적 사례였다. 이후 주가가 폭등하며 김 행장은 160억원대의 행사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물론 ‘김정태 주가’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가 상승하던 시기에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에서 징계까지 받았다. 이 기간 은행업종의 평균 주가상승률도 반영되지 않았다. "얼마 만큼이 경영진의 몫인가"라는 근원적인 문제가 제기된 시점이었다.
최근 스톡옵션 논란을 다시 불러 일으킨 우리금융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갈등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라는 특수성에서 비롯됐다.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경영진이 대주주와 국민의 정서를 무시하고 과도한 스톡옵션을 챙기려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높은가 하면, "경영진의 동기 부여를 통해 실적이 좋아지면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고 결국 주주에게도 득이 되는 것이다"라는 반론도 비등하다.
◆ 명과 암 = 스톡옵션 제도는 제대로 운용만 한다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우수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충분하다. 반면, 경기적인 요인이나 업종 상황 등에 따라 경영진이 무임 승차할 수 있는 요인도 적지 않다. 또 경영진이 장기 성과보다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만들 소지 역시 충분하다. 임직원이 함께 노력해 일군 과실을 몇몇 임원진만 독차지하는 ‘배분의 불평등’을 낳을 수도 있다.
스톡옵션을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경영성과에 연동시킨다든지, 해당 기간 동종 업종 주가지수에 따라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조정하는 등의 개선책도 나왔지만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노력 여하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 받는 것이 아니라, 아예 월급이나 보너스의 일부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고정된 행사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도 낮게 책정됐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은행 경영을 감시해야 할 감사나 사외이사가 스톡옵션을 받는 것이 마땅한지도 여전한 논란거리다. 증권연구원 노희진 연구원은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와 풍토를 만드는 것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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