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동 일대 옛 구로공단 자리가 강남 테헤란로 주변 ‘테헤란밸리’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첨단 정보기술(IT) 벤처 단지로 변신했다. 두 지역은 서울 지하철의 동서축을 따라 아래 위로 자리잡고 있는데, 서로 다른 입지 만큼이나 차별화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공단 1단지로 뻗은 대로변은 2000년 이후 대형 오피스텔과 아파트형 공장이 대거 들어서 3,000여 개의 기업이 밀집한 ‘디지털 공단’이 됐다. 동일테크노타운, 에이스테크노타워, 벽산디지털밸리 등이 대표적으로 최근 코오롱디지털타워와 신세계I&C디지털센터가 합류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에는 제조 설비가 필요한 첨단 디지털 기기업체와 소프트웨어·콘텐츠 업체들이 많다. 디지털비디오레코더(DVR) 제조업체 성진CNC, 무선인터넷 솔루션 업체 필링크,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와 콘텐츠 전문업체 야호 커뮤니케이션 등이 구로동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업계 관계자는 "테헤란로와 비교하면 같은 넓이에 20~50%에 불과한 임대료 때문에 외형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중견 IT 업체들, 초기 투자 비용에 민감한 신생 벤처들이 주로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벤처인들이 많아지면서 주변의 생활 지도도 급변했다.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외국어 학원 등이 생겨 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미국계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신세계I&C 빌딩에 문을 열어 20~30대 신세대 직장인들의 아지트로 자리잡았다.
반면 ‘구로동 엑소더스’를 겪은 테헤란밸리는 유명 인터넷 벤처들과 외국계 IT기업들이 남아 ‘IT업계의 비버리힐즈’를 이루고 있다.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이어지는 테헤란로 양쪽으로 NHN, 엔씨소프트, 다음커뮤니케이션, 옥션 등 삼척동자도 알만한 인터넷 기업들이 줄을 지어 있다. 포스코타워에서 공항터미널을 거쳐 아셈타워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은 외국 기업들의 특구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AMD, 야후코리아, 한국IBM 컨설팅그룹 등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서 있다. KTB, 한국기술투자 등 유명 벤처 캐피털 업체들도 여전히 강남역 주변에서 이곳이 한국 IT 벤처 1번지임을 웅변하고 있다.
테헤란로의 커피 문화는 싱가포르계 커피 체인점인 ‘커피 빈’이 장악했다. 스타벅스에 비해 맛이 연하면서도 신선한 풍미가 외국계 회사의 여성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끈다. 넥타이 정장이 대세인 구로동에 비해 테헤란밸리 직장인들은 고가의 브랜드 캐주얼복을 선호하고, 다이어트 운동인 필라테스나 요가 등에 관심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IT업계에서는 활기 넘치는 구로는 ‘다운타운’으로, 콧대 높은 테헤란로는 ‘업타운’으로 부른다"며 "각 지역이 특성에 맞는 IT문화를 생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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