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전국무술인연합회 회원 10여명이 일본의 ‘독도침탈’에 대한 항의로 단지식(斷指式)을 갖겠다고 모여들어 경찰들과 한창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이 단체 회장의 부인과 아들이 ‘예정된 일’을 치르고 선혈이 낭자해지자 시위는 절정을 이뤘다.
16일 오후 같은 장소. 시민단체 활빈단 단장이 시위 도중 갑자기 과도를 꺼내 할복을 시도했다. 경찰 저지로 실패하긴 했지만 그의 할복시도로 시위대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18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시민단체 회원이 시위 도중 일장기를 태우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분신을 시도해 3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일본대사관 앞뿐만이 아니다. 일본 시마네(島根)현의 독도의 날 제정을 전후해 전국 곳곳에서는 연일 일본을 규탄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과격한 시위일수록 애국심이 크다는 징표인 양 경쟁적으로 단지 할복 분신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연히 독도시위와 관련한 외신보도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시위로 해외 언론에서는 독도문제를 양국의 ‘분쟁거리’로 인식하고 있다. 시민들의 감정적인 분노 표출이 오히려 일본의 의도를 돕는 결과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냉정한 지식인들조차 우리의 감정적 대응이 일본 내 극우민족주의를 부추길까 우려하고 있다.
우리에게 무엇이 이익이 될 것인가를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와 학계, 또 시민·사회단체가 각자 조용하고도 꾸준히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국내외 여론을 유리하게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분노는 뜨겁게, 표현은 차갑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주장과 시위로의 변환이 필요하다.
박선영 사회부기자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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