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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訪韓 21시간/ 주요 논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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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訪韓 21시간/ 주요 논의 내용

입력
200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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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은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극적인 계기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북미 양측이 팽팽히 대치하는 교착 국면에서 라이스 장관이 서울에서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호의적인 메시지를 평양으로 보낸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6자 회담 거부 이유로 자신들을 회담 상대로 인정해달라는 북측에 나름의 성의를 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독도·역사 문제를 둘러싸고 위기국면에 빠진 한일관계에 대해 ‘형식적인 중립’ 을 강조했지만 우리측은 "독도는 일본이 주장하듯 결코 한일간 영유권 분쟁지역이 아닌 한국의 고유 영토"라는 입장을 강도 높게 전달했다.

■ 북핵문제

라이스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북한이 주권국가인 것은 사실이며 우리는 북한을 침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또 "북한은 6자 회담에서 얻고자 하는 안전보장을 얻어야 한다"면서 대북 에너지 지원,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도 북한이 얻을 목록으로 제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주권국가 인정발언은 라이스 장관이 심사 숙고한 끝에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라이스 장관이 주권국가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표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발언이야 말로 라이스가 평양으로 보내는 가장 큰 메시지라는 것이다.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규정한 라이스 장관에 대해 발언 취소를 요구하는 북한이 전향적으로 해석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발언이 북한의 주목을 끌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회담 상대국에 대한 존중을 원하는 북한이 만족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관측통들은 미국의 이런 태도가 중국에 대북 압력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한미 양측은 북한의 6자회담 불참 선언 이후의 상황을 점검한 뒤 북핵 문제를 6자 회담 틀 내에서 푼다는 공통의 목표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논의를 진행한 듯 하다.

■ 독도 등 한일관계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형식적인 중립 자세를 고수하는 라이스 장관에게 우리측이 상세히 배경을 설명하면서 단호한 자세를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라이스 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독도 문제와 교과서 문제의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상세히 전달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독도, 교과서 왜곡 등 구체적인 용어로 설명한 것은 물론 일본측의 대처가 ‘장애요인’이라고 거론했다고 전했다.

반기문 장관도 라이스 장관과의 오찬에서 독도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북한 핵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는 우리측의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는 라이스 장관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입장을 밝힌 상황을 십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교과서 왜곡 문제를 심각하게 볼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건전한 한일 관계 정립이 한미일 공조에도 득이 된다는 당위성을 재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측의 적극적 입장 개진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우리는 한국과 좋은 동맹 관계를 맺고 있고, 일본과도 같은 동맹관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어느 한편의 입장에 설 수 없다"고 말해 끝내 우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 한미동맹 등 기타/ 한국군 파병에 사의 표시

라이스 장관은 "우리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서로가 공유하는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면서 "한국이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안정에 기여한데 대해 감사한다"고 한국군 파병에 사의를 표시했다.

반 장관도 한미동맹관계가 포괄적, 역동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우리측은 세계군사전략 차원에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이해하나 동북아 분쟁 발발시 우리 의지에 반해서 분쟁에 개입되는 상황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측 필요와 한국측 우려가 잘 조화되도록 협상을 진행하자"고 말했다.

한국의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에 대해 한국측은 "조속히 재개되는 쪽으로 생각하면서 한미 전문가회의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측이 내심 우려하고 있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움직임에 대해 우리측은 포괄성, 개방성, 투명성의 원칙으로 역내 이외 국가(미국)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측은 태평양 역내 파트너로서 큰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라이스 장관은 한국인의 미국 비자 면제 문제에 대해 "우선 비자신청 절차 등에서 한국인의 불편이 감소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방한 이모저모/ 盧, 라이스에 독도·교과서 15분간 설명 면담시간 20분이나 넘겨

이틀간 방한일정을 마치고 20일 오후 서울을 떠난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체류 21시간 동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청취했다. 부시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으로 일했던 라이스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측 인사와 구면인 때문인지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노 대통령 예방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라이스 장관을 면담하면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및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해 15분 가량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역사적 사실까지 들어가면서 독도 문제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바람에 면담은 예정 시간을 20분 넘겨 1시간10분 가량 진행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강의를 좀 하느라 면담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독도’와 ‘역사 교과서’란 분명한 용어를 쓰면서 최근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라이스 국무장관은 "설명을 잘 들었다"고만 대답하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라이스 장관이 이번 6개국 순방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북핵 6자회담이 재개돼야 하고 재개를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 지 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통일·외교부 장관 연쇄회담 등 라이스 장관은 이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방문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30여분간 회담했다. 정 장관은 "동서냉전 해결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냉전을 끝내는데 기여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20분에 걸친 공식 회담을 가진 뒤 오찬 자리에서 북핵 문제 등을 놓고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두 장관은 회담에서 ‘제재’ ‘유엔 안보리’ 등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독도문제는 말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한일 양국이 현명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외교통상부 18층 연회장에서 열린 오찬에서 라이스 장관은 "한식을 준비해 줘 고맙다"며 ‘꿀에 절인 수삼’을 즐겼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55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인터넷 매체 기자들과의 토론회를 갖고 ‘여중생 미군 장갑차 사망 사건’에 대해 "대통령을 대신해 여중생 부모님께 진심으로 미국의 사과를 전해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라이스 장관은 19일 오후 5시 35분께 전용기 편으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화여대 국제학부 학생 16명과 인사를 나누며 간단한 환영행사를 가졌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한미연합사 지휘통제소(TANGO·탱고)를 방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이룩한 가장 모범적인 나라인 반면 북한은 정반대의 국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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