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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달라진다] 이명박 서울시장-강수연 영화배우·서울시 홍보대사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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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달라진다] 이명박 서울시장-강수연 영화배우·서울시 홍보대사 대담

입력
200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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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2월14일부터 3월14일까지 5회에 걸쳐 변화하는 서울 풍경을 점검한 월요기획 ‘서울이 달라진다’를 연재했다. 연재가 끝난 15일 서울시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배우 강수연씨가 이명박 시장을 만나 ‘달라지게 될 서울’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강씨는 뜻 밖에도 ‘정치인 이명박’의 속내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관심을 보였다. 이 시장과 강씨의 만남은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미술관에서 이뤄졌다.

▦강수연씨=한강 오페라하우스를 비롯, 구청마다 공연장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기존 오페라극장도 손님을 채우기가 힘든 상황인데 또 만들 필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무대에 올릴 컨텐츠는 어떻게 마련할 계획입니까.

▦이명박 시장=수요가 있고 공급이 따라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백화점에 들렀다 좋은 옷이 있으면 사는 것처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역사가 5,000년이나 되는 민족입니다. 얼마든지 오페라 소재가 있고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도 있다고 봐요. 그래서 한강 오페라하우스의 개관때에는 반드시 한국사람이 만든 작품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작품을 공모해서 엄선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강=사실 영화 뿐 아니라 모든 문화산업이라는 게 수요가 있어야 투자를 하는 법인데, 공연장이나 극장 같은 문화기반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극 영화 오페라 무용 등을 평소에 자주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얼마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족과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봤고, 직원들과 ‘노트르담 드 파리’를 관람했습니다. 이런 큰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도 필요하지만 동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작은 공연장들도 많아야 합니다. 요즘 자치구마다 400~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많이 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유럽 사람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오페라를 보러 다닙니다. 그들이 나중에 유료관객이 되는 것이지요. 동네에서 공연이 있으면 아무래도 관심이 커지지 않겠습니까. 세종문화회관은 청소년들에게 최고 80%까지 할인해주면서 그들의 문화향수를 늘리겠습니다.

▦강=경제가 어려운데 사람들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질까요? 또 문화예술 분야마다 특징이 있으므로 정책도 달라야 할 텐데요.

▦이=영화에 비해 연극이나 오페라, 무용은 관객층이 너무 얇은 게 문제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는 이런 문제도 해소될 것입니다. 국민소득 3만달러에 대비한 투자라고도 할 수 있어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일반인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연장이나 극장을 만들어야지요. 문화산업이라는 게 시간 나면 즐기고 소비하는 영역에 그치는 게 아니에요. 생존의 문제라고 봐요.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이 앞으로는 우리를 먹여 살릴 유망한 산업입니다.

▦강=어릴 적부터 영화에 출연해온 저는 30년 가까이 충무로에서 커서 그 지역에 대한 향수가 각별합니다. 한국영화가 1990년대에 급진적으로 발전한 이유가 외국에 유학한 젊은 인재들이 많이 뛰어들었던 덕분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작품을 올릴 공간이 없어서 쩔쩔매고 있습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하면서 충무로에 영화거리를 대대적으로 조성하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상영공간을 마련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이=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충무로 영화의 거리 조성과 관련해서 최근 충무로 지하철역사 안을 영화인들이 스스로 꾸밀 수 있도록 합의했어요. 현재 승강장 벽에는 칙칙한 인공암벽이 장식돼 있는데, 그걸 뜯어내고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입니다. 한국영화의 메카인 충무로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관광 거리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지요.

▦강=청계천 주변에 문화예술 공간을 만든다는 얘기도 들었는데요. 물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도시가 상당히 업그레이드 되는 셈인데, 주변에 문화공간까지 마련된다니 기대가 큽니다.

▦이=사실 청계천 복원사업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고 문화복원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복원되는 22개의 다리에서 다리밟기 같은 민속놀이도 재현할 계획입니다. 청계천 시점부 쪽에는 길이 192c인 벽화 ‘정조반차도’를 설치하려고 하는 데 그 벽에다가 영화도 상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곳곳에 특설무대를 만들어 연극도 할 수 있고 패션쇼도 펼칠 수 있겠지요. 시민들이 술집, 노래방 대신 청계천 주변을 거닐며 공연도 보고 카페도 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강=최근 막을 내린 TV 드라마 ‘영웅시대’는 보셨나요. 일부에서는 개인을 너무 미화했다는 지적도 있던데, 방송에 만족하십니까.

▦이=솔직하게 말하자면 방송 내용은 제가 살아온 삶의 반도 표현이 안됐어요. 저는 드라마에 나온 것보다 더한 악조건 속에서도 도전했습니다. 처음에는 방송사 쪽에 내 이야기는 빼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군사정권에 반대하며 싸웠던 사람들이 정치적 판단으로 중도에 방송을 중단하도록 했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강=영화는 영화로,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휘말려서 마음이 아파요. 그 시대를 다룬 것이지 개인을 다룬 것은 아니잖아요. 저도 연기자로서 명성황후, 정난정 등의 역할들은 다 해봤어요. 그런데 만약 현존하는 인물 역할을 맡으라고 했다면 선뜻 결정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영웅시대) 작가가 정치인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보도된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놀랐습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내 이야기는 정치적인 내용도 아닌데 창작의도를 무시하고 시비를 거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는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한 결과입니다.

▦강=행정수도 건설 때문에 아직까지 논란이 있습니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해 시장님이 반대하시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행정수도 건설이라는 게 정치적 목적 때문에 진행되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서울 같은 도시를 우리나라에 몇 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서울’이라는 상징성을 왜 그렇게 파괴하려는지 외국인들도 안타까워합니다. 도시마다 특색 있게 발전해야지요. 사실 연기·공주만 해도 백제와 연관 있는 역사적 도시인데 그걸 경기도 과천과 같이 만들겠다니 슬픈 일이지요.

▦강=수도를 이전하지 않고도 과밀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으십니까.

▦이=서울이 과밀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과밀해소 정책보다는 인구 감소, 노령화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합니다. 또 한반도가 통일된 후에는 서울의 집중도는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입니다.

▦강=다음 대통령은 어떤 분이 돼야 한다고 보세요?

▦이=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진보다 보수다, 동이다 서다 이렇게 분열돼 있습니다. 이걸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겠지요. 또한 기본적으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겠지요.

▦강=요즘 책을 쓰신다고 들었는데.

▦이=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볼 수 있는 일종의 에세이입니다. 살아오면서 상황마다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했는가 하는 경험을 살려 짤막짤막 쓴 글을 모은 책입니다. 1년쯤 준비했는데 5월말쯤이면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정리=이왕구기자 fab4@hk.co.kr

사진=왕태석기자

● 서울시 홍보대사/ 연예·스포츠 스타 18명으로 구성

서울시 홍보대사는 시정현안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시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대리인’으로 인기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로 이루어졌다. 현재 홍보대사는 강수연씨 외에 TV 드라마‘영웅시대’에 출연했던 탤런트 최불암씨, 성악가 조수미씨, 골프스타 박지은씨, 영화배우 안성기씨, 가수 패티김 설운도 보아, 아나운서 정은아 김연주 황현정씨, 한국에 귀화한 방송인 이참씨 등 18명이다. 이들은 5월 1~5일 열리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5’ 등을 비롯, 10월1일 완공되는 청계천 복원 관련사업 등 이명박 시장이 참가하는 각종 행사에서 시민들과의 만남을 돕는다. 특히 이번 ‘하이 서울’행사에서는 강수연 김연주씨가 궁중한복 시연행사에 참여하고, 안성기씨는 퍼레이드에 탑승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이들은 청계천 완공식에서도 다양한 이벤트를 이끌 예정이다. 가수 보아는 지난해에 서울의 노래로 ‘서울의 빛’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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