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저출산·고령화 시대/ 한국이 늙어간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한국이 늙어간다

입력
2005.03.19 00:00
0 0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대통령업무보고에서 밝혔듯이 인구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장래는 극히 암울하다.

가임 여성이 평생 낳은 아이수의 평균인 합계출산율이 1993년 1.67명에서 지난해 1.19명으로 급격히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계 평균 2.69명의 절반도 되지 못하고, 선진국 평균인 1.56명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반면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00년 7.2%에서 2010년 10.7%, 2020년 15.1%, 2030년 23.1%, 2040년 30.1%, 2050년 37.3%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럴 경우 2050년에는 초·중학생 1명당 3명 이상 포진하게 돼 노동 인구 3명이 노인 2명 이상을 부양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 같은 인구 감소와 노인 인구 증가는 결국 국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 양육비 부담으로 인한 저출산이 문제 =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 것은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평균수명 연장과 저출산 현상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26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프랑스(154년), 미국(86년), 이탈리아(74년)은 물론 일본(36년)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노인 인구 증가는 전세계적 추세이지만 저출산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심각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저출산 원인으로 우선 자녀 양육비 부담을 꼽을 수 있다. 세 자녀는커녕 두 자녀도 양육하기 힘든 게 우리 현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의 월평균 자녀 양육비는 132만1,000원. 이는 월평균 소득의 56.6%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망국적 병폐인 사교육비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자녀가 2명이면 양육비 비율이 60.7%로 올라가고 3명이면 69.7%, 4명이면 72.6%나 된다. 2명 이상 자녀를 두려면 수입의 반이상을 쏟아넣어야 할 정도다.

또 초혼 및 출산 연령 상승, 독신 증가, 이혼 급증,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등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학부 이종구 교수는 "현재로서는 저출산 현상은 악화하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 인구 감소는 국력 추락으로 = 현재 출산율을 토대로 할 경우 2017년 4,925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4,510만명, 2070년 2,927만명, 2100년 1,620만명으로 줄어든다. ‘미니 국가’로 추락하는 것이다.

이 경우 우선 내수가 축소되고 수출 의존도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또 군사·외교적으로 국력이 약화한다. 더 심각한 현상은 인구 감소와 함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의 급증이다. 2100년에는 인구의 절반 가까운 45%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 성장 잠재력 감퇴로 이어진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2020년이 되면 생산 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고 2050년이후 노인인구 부담이 계속 늘어난다. 정부도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안에 ‘고령화 및 인구대책 기본법’을 제정키로 하는 등 특별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관련 정부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복지부 내에는 ‘고령사회정책추진기획단’을 두기로 했다. 또한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저출산고령화극복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칭)도 구성키로 했다. 이밖에 정부가 자녀 양육비 뿐만 아니라 2자녀 이상 가정에게는 주거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 출산할 경우 일정기간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국민연금 출산 크레디트제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근본적인 사회 구조 개선없이는 구두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전 금강대 사회복지학과 고수현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는 나라를 늙고 힘없게 만들 수 있으므로 정부가 이 문제를 최고 의제로 삼아 전략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선진국에서는/ 1930년대부터 출산 장려 가족·유아수당등 각종 지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1930년대부터 이미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출산 장려정책을 펴고 있다.특히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본격적인 출산·양육정책으로 지난해 말 현재 1.4~1.9명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은 아이 수의 평균)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 중 가장 먼저 저출산대책을 마련, 1919년부터 가족정책 위주의 출산 장려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연평균 1.89명의 비교적 높은 합계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2명 이상 자녀를 둔 가정에 ‘가족 수당’을 지급하며 3세 이하 자녀나 임신 5개월 이상 임신부가 있는 가정에는 ‘영유아 수당’을 준다. 지난해에는 ‘신생아 환영수당’을 도입했다.

일본은 1973년 70세 이상 노인의료비를 전면 무료화했으며 1982년 노인의 심신상태에 따라 별도 진료비를 책정하는 ‘노인병원’을 제도화했다. 1986년에는 고령자 의료·복지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는 ‘노인보건시설’을 도입했고, 2000년에는 재택 의료 도우미를 35만명 늘리는 ‘골드플랜21’을 세웠다.

영국은 젊은 세대에서 동거가 새로운 결혼 형태로 선호되면서 동거가족 자녀에게도 결혼가족 자녀와 동일하게 지원하고 있다. 편부모 가정·동성애 부부도 가족 개념에 포함했다. 여성 근로자가 아이를 입양한 경우 출산시와 동일하게 18주 출산 휴가를 받는다.독일은 1990년 ‘아동과 청소년 보호법’을 공포, 유치원, 유아원, 방과 후 보육 시설 등을 오전반·오후반·종일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사회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취업여성 지원, 출산·육아 휴가 및 수당 제도 확대 등을 통해 저출산에 대응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 기고/ '노인=비생산적' 선입견 버려야 - 노인취업 확대·평생교육 필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급격한 인구고령화는 향후 우리사회 발전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연령 분리적’ 우리 사회를 ‘연령 통합적’사회로 바꾼다면 인구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성장동력은 유지될 것이다.

인구고령화에 적극 대응해 활기찬 미래사회를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노인에게 즉시 혜택이 돌아가는 노후소득 보장, 취업기회 확대, 노인장기요양보호 등의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인구고령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각적이어서 노인정책을 개발하고 수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고령화시대에 맞게 우리 사회 체질을 바꿔야 한다.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사회구성원리는 바로 ‘연령 통합’원리다. 이 원리에 기초한 사회는 나이에 관계없이 개인 욕구에 따라 교육 받거나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사회다. 이러한 연령 통합적 사회가 돼야 노인들이 교육·노동·여가를 자유롭게 선택함으로써 자신들의 유용성을 느끼게 되고, 고독감이 줄게 되며, 세대관계 강화 및 지역사회 연대를 통해 노인들의 사회적 통합을 높일 수 있다.

노인은 자신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신체·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며 자기 개발하고, 사회는 노인의 가능성을 개발하고 사회통합을 증진시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때, 비로소 노인은 사회발전에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중매체와 교육을 통한 노인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활동프로그램 개발, 노동시장에서의 연령차별 철폐, 평생교육체계 구축 등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와 같은 연령 분리적 사회는 결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것이기에 이를 바꾸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는 고령화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필수과제다. ‘생물학적 연령’에 기초한 경직된 사회에서 벗어나 개인 욕구에 따라 교육·노동·여가활동을 선택하도록 바꿀 때, 노인을 무조건 ‘비생산적’인 사람으로 간주하는 선입관을 버릴 때, 인구고령화에 따른 경제적인 부양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우리사회가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연령통합적 사회’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지속적인 사회·문화·경제적 발전과 각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을 지 판가름 나게 된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복지연구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