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를 키우다 보면 어려운 일도 있지만 기쁜 일도 많습니다. 목장에 새 식구가 늘어나거나 소가 제 말을 잘 듣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정말 뿌듯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 목장의 젖소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양의 우유를 생산한 일이지요."
경기 용인시 원산면 농도원 목장의 황병익(50·사진) 사장은 젖소에 대한 애정으로 이름난 베테랑 낙농인이다. 아버지 대부터 시작한 젖소 농장을 이어받아 15년 전인 30대 중반부터 농장을 이끌어왔다. 그가 13년간 키워온 젖소 ‘경산 게비 치잎록스 134호(게비)’가 18일 국내 최고 우유 생산 기록을 세웠다.
농협이 이날 경기 안성농협 교육원에서 개최한 ‘유우군(乳牛群) 사업 평가대회’에서 국내 최대 우유 생산 젖소로 평가 받은 게비의 기록은 13년간 11만9,200㎏. 지난해 국내 최고 기록(11만2,000㎏)을 세운 후 1년간 7,200㎏을 추가 생산해 이룬 성과다. 우유 11만9,000㎏은 5톤 차량 24대 분으로 200㎖ 포장우유 약 60만개(약 2억원 어치) 분량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다. 젖소의 평균 가격이 약 200만원인 것을 생각하면 몸값의 100배 몫을 해낸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소가 생산하는 우유가 모두 1등급(1㎖당 세균 10만개, 체세포(부산물) 수 20만개 미만)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젖소의 평균 생산량이 평생 3~4만㎏ 정도일 뿐 아니라 이 중 1등급 우유를 생산하는 기간은 통상 5년 정도로 알려진 점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아울러 젖소가 평균 2.5마리의 송아지를 낳는 것에 비해 이 소는 13년간 무려 9마리를 출산했다.
황 사장은 게비의 우유 생산량이 눈에 띄게 많은 데 대해 "젖소가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게비를 보면 늘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며 "맛있는 사료를 주면 폭식을 하는 다른 젖소에 비해 게비는 아무리 사료가 좋아도 자기가 먹을 양만큼만 먹고 절제할 줄 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또 "처음에는 사료를 많이 먹는 소가 우유를 많이 생산하는 줄 알았지만, 게비를 지켜보면서 정도를 지키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사람도 결국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웃으며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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