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일 독트린에 대한 일본의 공식 반응이 나왔다. 일본 외무성 장관 담화는 한국 국민 정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표하고, 서로의 인내와 관용을 강조했다. 정부는 담화내용의 정밀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고 즉각적 평가를 유보했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임을 강조하는 등 당분간 외교압박을 지속할 태세다. 4월 초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가 드러날 때까지 양국 관계의 냉각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의 대일 독트린은 분출한 국민 감정을 반영하면서도 양국 간 실질 관계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내용과 형식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대대적 정책전환을 천명한 만큼 우선은 성과를 얻어야 하고, 그에 걸맞은 추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절도이다. 당당하되 거만하지 말고, 부드럽되 약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절도에 어긋난 언행이 잇따르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직접 거명하며 "한국 현실을 잘못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로 전날 대일 독트린을 발표한 당사자의, 공보관을 통해 발표된 공식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지도부 경선을 앞둔 여당 당권 주자들의 발언은 더하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장영달 의원은 "해병대를 독도에 보내자"고 밝혔고, 유시민 의원은 "군대를 보내자"고 거들었다. 김원웅 의원은 "대마도는 우리 땅"을 외쳤다. 대중의 정서에 편승해야 하는 고민은 이해하지만 여당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사태 인식으로서는 지나치게 치졸하다.
일부 지자체의 움직임도 실소를 낳는다. 울릉군이나 경상북도의 대응 조치는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지자체의 대일 교류 단절과 ‘대마도의 날’ 제정으로 번지면 문제의 본질 희석과 희화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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