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름없어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망가고 싶지만 여기 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잖아요."
서울 영등포구 신길7동 주택가에는 3층 높이의 오렌지색 건물인 ‘은성원’이 들어서 있다. 100평 규모의 내부에는 30여석의 식당과 공동 세탁실, 샤워실이 있고 7~8명씩 사용하는 5개의 침실엔 2층침대 4개가 나란히 놓여져 있어 조금 비좁은 느낌이다.
여학교 기숙사 같은 이곳은 전직 성매매 여성들의 사회복귀와 재활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법인 은성원이 운영하는 임시보호소. ‘쉼터’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7일 정오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학원과 복지원, 평생교육원 등에서 직업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10여명의 여성들이 한창 식사 중이었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해 가을 이곳에 들어온 김모(26·여)씨는 "3월부터 구청 평생교육원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며 "평생 할 수 있는 내 직업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면 설레기도 하지만 25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함께 살려니 불편하고 답답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쉼터에서는 의료·심리검사, 법률상담 외에 입소자가 원하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근 학원 복지관 등과 연계해 미용과 꽃꽂이에서 네일 아트, 인테리어 디자인, 피부관리 등에 필요한 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대개 직업을 가질 때까지 1~2년가량 거주할 수 있지만 자유분방하게 살던 여성들이 틀에 짜인 공동생활을 견디지 못해 입소하자마자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는 비율도 40%가까이 된다고 한다.
김씨는 "친구들과 전화를 하면 나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며 "그러나 이왕 마음 먹고 집창촌을 나왔으니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친구 최모(25·여)씨는 "성매매를 평생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생각하면 참는 수밖에 없다"며 " 반드시 자격증이라도 취득해야 가족들에게 떳떳할 것이란 자기주문을 건다"고 말했다.
1곳당 10~30명이 수용되는 쉼터는 대개 정부 지원금을 받아 민간단체가 운영하며 서울 14곳을 포함해 전국에 36곳이 있다. 전국 6,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집창촌 성매매 여성의 숫자를 감안하면 시설자체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또 대부분의 시설이 가출 청소년 위주로 운영돼 나이 든 성매매 여성들이 갈 수 있는 곳은 10곳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쉼터 36곳에는 불과 507명이 입소해 있다. 여성부 관계자는 "50~70명씩 강제수용했던 과거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 성매매 여성들이 입소를 꺼리는 데다 입소하더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견디지 못해 퇴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정은 은성원 사무국장은 "쉼터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예전에 비해 훨씬 다양해지고 수준도 높아졌지만 단순히 쉼터 수를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공동체생활을 힘들어 하는 여성들을 위해 보다 다양한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여성부 업무보고/"지자체별 성매매 클린지수 발표"
장하진 여성부 장관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성 산업 규모를 줄이고 국제인신매매보고서에서 ‘모범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성매매 종합대책 평가자료를 개발, 내년부터 지자체별 ‘성매매 클린지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를 위해 지원시설 16개소와 상담소 4개소를 올해 추가 설치하고, 지원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집창촌 성매매 여성 1,000명에게 탈 성매매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한 보육시설 이용 아동 가운데 보육료를 지원받는 비율을 지난해 30%(27만명)에서 올해 42%(41만명)로 늘리기로 했다. 취업여성을 위해서는 시간연장형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을 지난해 600개소에서 올해 2,000개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집창촌 여성 51% ↓ 성매수자 검거 2배 ↑
성매매특별법 시행 6개월 동안 전국의 집창촌 업소와 종사자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성매수자 검거비율은 작년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경찰청은 작년 9월2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모두 9,142명(3,040건)의 성매매사범을 검거해 이중 585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작년 검거인원은 5,926명(2,293건)이었다. 성매수자는 주로 기혼이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31~40세(33.9%)의 고졸(47.1%) 직장인(39.0%)인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말 1,679개에 달하던 집창촌 업소는 단속(192곳)과 자진폐업 등으로 15일 현재 1,071개로 36.2% 줄었다. 성매매 여성 역시 작년 5,567명에서 2,736명으로 50.9% 줄었다. 성매매특별법의 피해여성 보호규정 덕분에 650명이 불입건으로 처벌이 면제됐다.
또 117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엔 6개월 동안 성매매 강요(743건), 선불금(270건), 납치 감금(30건) 등 1,272건의 신고가 접수돼 223명이 구조됐다. 하지만 이 중 58%인 136명만이 결혼(10명), 취업(26명), 아르바이트(68) 등 ‘리콜서비스’를 받아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사후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칭 ‘대딸방’과 ‘스포츠마사지’ 등 유사 성행위 업소에 대한 단속필요성도 제기됐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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