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동무들에게.
안녕? 리 보츠라고 해. 초등학교 6학년이야. 내 이야기를 담은 ‘헨쇼 선생님께’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해. 실은 난 미국에서 ‘인기 짱’인 어린이책 작가 비벌리 클리어리 선생님이 지은 동화 속 인물이야. 이 책은, 어른들 말투를 흉내 내면 ‘한 아이가 크고 작은 아픔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편지와 일기 형식으로 담아낸 사실주의 소년소설’이야.
클리어리 선생님은 마치 우리 어린이들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생생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가셔. 어른들 말로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인다나? 선생님은 이 책으로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어린이문학상인 뉴베리상을 받으셨어.
헨쇼 선생님이 누구냐고? 내가 엄청 좋아하는 동화작가야. 한 작가에 대해 조사해가는 숙제 때문에 선생님께 편지를 보냈는데, 오히려 10가지나 되는 질문을 적어 보내셨어. 억지로 답장을 쓰다 보니 글쓰기가 즐거워졌고, 선생님 말씀대로 일기도 쓰기 시작했어. 덕분에 학교에서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고 칭찬도 받았지. 나는 작가가 꿈이거든. 너희들도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보고, 듣고, 생각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보렴.
난 좀 불행해. 엄마와 단 둘이 살거든. 엄마는 아빠가 짐을 싣고 전국 돌아다니는 커다란 트럭과 사랑에 빠져서 이혼하셨대. 시간제 출장요리사인 엄마는 늘 바빠서 난 혼자 있는 때가 많아. 전학 온 학교에도 친구가 별로 없고. 게다가 자꾸 내 도시락에서 맛있는 것만 훔쳐가는 녀석 때문에 짜증이 나. 궁리 끝에 멋진 방법으로 도둑을 물리쳤지. 무슨 방법인지 궁금하다고? 내 비밀일기를 읽어봐. 내가 ‘경보장치’를 연구했다는 것만 알려주지.
난 아빠가 전화한다는 약속을 까먹을 때 제일 화가 나. 엉엉 울기도 했어. 어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슬픈 건 어쩔 수 없어. 다시 모여 오순도순 살 수는 없을까.
참, 이 책은 10년 전쯤 한국에서 ‘편지 쓰는 아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이번에 원작의 맛을 잘 살려 새롭게 번역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더해 다시 선보이게 됐어.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을 걸. 엄마, 아빠와 함께 읽어보길. 그럼, 안녕.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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