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은 서울시의 금고인가. 올해말 은행과의 시금고 운영 재계약을 앞둔 서울시가 각종 사업에서 기부금이나 협찬금 명목으로 은행의 지원금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18일 최근 완공된 청계천 모전교(사진)를 재시공하기로 결정, 사업비 25억원은 신한은행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모전교 하단 아치의 곡선미가 떨어져 새로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다리가 완공돼 차량까지 통행중인데 다리의 디자인 때문에 재시공하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시민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기부금을 받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는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고 기부자를 공식화하는 등 절차상에도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올해초 청계천 벽화 ‘정조반차도’ 제작비 15억원도 조흥은행으로부터 받기로 약정까지 끝내고 언론에 발표했다. 두 사안 모두 기부심사위원회 심의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또 우리은행은 42억원이 소요되는 청계천 삼일교를 건립해 서울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기부심사위원회 심의위원인 정규옥 대한적십자사 사무국장은 "지방자치단체의 기부(금) 접수는 위원회 승인을 받은 후에 가능하다"면서 "심의를 받기도 전에 공식화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거액을 서울시에 내놓는 것에 대해 "12월에 우리은행이 맡고 있는 시금고 운영 계약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막대한 이권이 걸린 계약을 따내려는 은행들의 경쟁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시와 기업과의 지나친 밀월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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