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이 18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중·일 3국 방문에 나섰다.
그가 들고 올 북한 핵문제 해법 보따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큰 기대는 힘들 전망이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유인책을 내놓는 대신 ‘무조건 북한이 회담에 나와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은 아시아지역 순방에 앞서 일련의 인터뷰를 통해 북핵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그는 11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내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 요구에 대해 "회담 복귀를 거부하기 위한 연막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 12일 워싱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내가 진실을 말했다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사과한 사례를 알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방문을 앞둔 17일에도 라이스 장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라이스 장관의 강경한 입장에 변화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라이스 장관의 한중일 3국 방문은 6자회담의 틀을 포기해 가는 수순의 일환 아니냐는 비관적 견해도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내정자가 15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6자회담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 다른 방식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라이스 장관의 한·중·일 3국 방문 결과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데는 최근 동북아 기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도와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 중국의 반국가분열법 제정 등으로 한일, 미중관계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
정부는 한일관계 굴곡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북핵 공조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피랍 일본인 유골 진위 논란으로 대북제재론이 고개를 드는 최근 일본 상황을 볼 때 미국의 강경 방침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들르는 라이스 장관이 일본과 북핵대책 강경 기조를 정리한 뒤 한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또 북한을 6자회담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국가인 중국도 대만문제로 인해 미국과 껄끄러워진 상황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라이스 장관이 한중일 방문에서 북한을 다시 자극할 발언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가 이번 방문에서 북한의 회담복귀 전제조건을 들어줄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한·중·일 3국의 북핵 관련 입장을 재차 확인하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