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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춤추는 뇌 -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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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춤추는 뇌 -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

입력
2005.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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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뇌주간’(World Brain Awareness Week) 행사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57개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1992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매년 3월 셋째 주에 열리는 이 행사는 ‘뇌’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과 뇌질환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5년 ‘세계 뇌 주간’을 맞아 뇌 과학을 통해 인간 행동의 비밀을 풀어본 ‘춤추는 뇌’와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원리를 분석한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가 나란히 출간됐다.

울산대학교 의과대 교수이자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과장으로 재직중인 김종성씨가 쓴 ‘춤추는 뇌’는 뇌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와 소설, 신화라는 당의(糖衣)를 빌어 전달하는 ‘뇌과학 입문서’다. 알파치노가 탐정으로 나오는 ‘인썸니아’(Insomnia · 불면증)라는 영화를 거론하며 불면증의 원인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물질인 멜라토닌의 분비량에 있음을 설명하는 식이다.

그러나 국내 신경과 권위자가 쓴 책답게 대중적 에세이 수준에서 머물지는 않는다. 숨쉬기와 심장 뛰기 등 생리적 자율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뇌간, 사랑과 공포의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 계산과 추리 판단 등을 가능케 하는 신피질로 구성된 뇌의 구조와 기능을 상세하게 풀어 전달한다. 그럼으로써 인간이 자식에게 그토록 애정을 느끼는 이유, 공포의 원인, 성욕과 로맨틱한 사랑의 차이 등 인간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과 지능, 기억, 성격 등이 뇌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처리되고 형성되는 가를 알려준다. 아울러, 실어증과 파킨슨 병, 인간 광우병 등 비교적 널리 알려진 뇌 질환을 비롯해 온몸의 근육이 비틀리는 근 긴장 이상증(Dystonia) 같은 희귀 질병 등도 소개한다.

‘춤추는 뇌’가 뇌에 관한 과학적 고찰이라면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는 인문학적 ‘뇌 읽기’라는 색다른 시도의 결과물이다. 저자인 지상현 한성대학교 미디어컨텐츠부 교수는 미학원리를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검토하는 신경미학(Neuroesthetics)의 전문가다. 그는 미술사에 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눈을 거쳐 뇌에서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추론한다. ‘왜 서양화의 단골 소재인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림에서 그리스도가 고개를 그림 왼쪽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을까?’ ‘샤갈이 색채의 마술사로 평가 받는 이유는?’ 같은 질문들이 바로 그것이다.

대답은 이렇다. 비언어적 정보인 정서를 담당하는 우뇌가 활성화되면 왼쪽으로 시선이 가도록 되어있다. 오른 쪽보다는 왼쪽에 고난에 찬 예수의 표정을 그리는 것이 사람들이 정서를 받아들이기 더 쉬운 것이다. 샤갈이 자신의 그림에 사용한 청색이 수채화처럼 맑으면서도 유화의 깊은 맛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검정 색 등을 사용해 주위 배경을 어둡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서 대뇌 시각 피질에 이르는 시각통로에 있으면서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은 밝기대비가 큰 경계부분에서 어두운 쪽은 더 어둡게 밝은 쪽은 더 밝게 지각한다. 따라서 샤갈의 그림에 나타난 청색 부분이 실제보다 더 밝게 보이는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피카소와 김홍도, 폴 세잔, 고흐의 그림과 모리 아키라의 일러스트레이션 등을 통해 색채에서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미의식의 근원에는 사람의 뇌가 공통적으로 인지하고 느끼는 형식미가 있음을 규명한다.

‘춤추는 뇌’와 ‘뇌, 아름다움을 말하다’는 그 토대와 문제접근 방식에서 180도 다르다. 그러나 모두 인체가 사용하는 산소량의 20%를 소비하는 ‘뇌’가 인간의 감정과 행동 사고에 미치는 놀랍고 강력한 힘을 새삼 일깨워 준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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