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가 세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의 계파문제, 강경파의 비민주적 태도와 집행부의 취약한 리더십 등이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현재의 민주노총의 모습은 민주노총 게시판에도 잘 나타나듯이 조합원들 스스로도 문제가 많다고 인식하면서도 막상 계파 간 구조를 극복해 갈 수는 없는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에 갇혀 버린 형국이다.
필자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의 의미를 ‘노사관계 안정화’라는 공익적 측면 외에도 민주노총 스스로의 생존 전략이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2007년 1월부터는 복수노조 시대가 열리고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이 금지된다. 물론 노사간의 타협으로 이 두 가지 이슈가 재조정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우리의 노사관계를 선진화 하기 위해서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5월께부터 시작되는 임단협의 경우 체결된 단협이 2007년까지 적용되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이 이슈에 대해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고는 자칫 민주노총의 응집력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오는 9월로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 논의의 시한을 설정하고 서두르는 이유도 이를 그냥 방치해둘 경우 2007년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견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복수노조 이슈의 핵심은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이다. 현재의 노동법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업장 내에 다수의 노조가 있을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용자와의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창구 단일화 방식에 대해 학계에서 여러 논쟁이 있으나 잘 될 경우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조합원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잘못되면 노동운동의 사분오열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2007년을 맞이할 경우 노사관계의 대혼란, 내지는 교섭비용이 폭증한다는 공익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스스로도 노동운동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간에 보이지 않는 선명성 경쟁이 존재하고 민주노총 내부에 계파 간 갈등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는 복수노조 시대는 계파 갈등확산→집행부의 취약한 리더쉽→과격한 투쟁→여론의 비판확산→노동운동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해야만 하는 시점인 것이다.
전임자 임금지급은 산업, 혹은 직종별로 전임자 수 상한을 두는 방법, 혹은 전임을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으로 대체하는 방식, 근로시간 면제 방식, 중소기업 전임을 위한 한시적 기금 마련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가 시작되어야만 한다. 그냥 방치할 경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바로 다수의 전임자가 포진하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 민주노총 노동운동에 큰 치명타를 입힐 것이 자명하다. 예전처럼 ‘어떻게 유예되고 투쟁으로 막으면 되겠지’하는 사고는 과다한 수의 전임자 문제가 국민에게 드러난 이상 그냥 덮고 넘어갈 수는 없으리라 판단된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국익을 위해서 라든지, 혹은 이데올로기 차원에서의 문제로 보는 감상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강경파가 제기하듯이 사회적 대화 불참의 대안으로서의 강경투쟁은 혹독한 비판적 여론을 확산시킬 뿐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노동운동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점에 대해서는 긴 호흡으로 전략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대화 참여는 민주노총의 생존을 위해서도 반드시 선택되어야만 하는 과제임을 더 늦기 전에 인식해야만 한다. 2007년 1월로 맞추어진 시한폭탄은 지금도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조준모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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