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공주님의 일탈과 로맨스를 그린 영화 ‘로마의 휴일’. 앤 공주로 분한 오드리 햅번이 궁 밖으로 가출한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을 기억하는지? 바로 돌계단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노천카페’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 것 이었다. 노천카페란 자동차와 사람이 뒤섞여 지나가는 길 위에 자리를 낸 카페. 우리식으로 말하면 포장마차 혹은 구멍가게 앞에 놓여진 평상쯤 되려나. 아무튼 노천에 앉아서 무엇을 먹는 행위는 결코 공주답거나 우아하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공주가 ‘예쁜 척’만 하는 공주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길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지극히 서민적이고 개방적인 행위다. 열려있는 공간에서 아무나와 어울려 먹고 마시는 노천에서의 휴식은 구속과 격식을 거부한다. 그래서 길거리 음식은 보헤미안적인 낭만이 있다. 번쩍 화려한 고급 레스토랑과 서로 비교가 될 수 없는 낭만의 맛이 길거리 음식에 있다는 의미이다.
◆ 스테이크 꼬치, 피자 떡 꼬치
길거리 음식의 관건은 ‘먹기 편리함’이다. 의자도, 웨이터도 없는 곳에서 포크와 나이프가 필요한 음식은 최악이다. 꼬치 하나에 죽죽 꿰어서 만든 꼬치음식은 한 손에는 서류가방을 들고도 나머지 한 손으로 먹을 수 있기에 길거리 음식으로 제격. 대표적인 메뉴로는 어묵이 있겠고, 떡볶이의 변형인 떡꼬치와 든든한 식사도 될 수 있는 닭 꼬치 등이 있다. 이 꼬치 음식들을 잘 응용하면 홈 파티 메뉴로도 좋은데, 격식 있는 자리가 아닌 이상 접시나 여벌의 수저가 필요치 않으므로 집주인에게 편리할 것. 예를 들어 포크와 나이프가 인원수대로 구비 되어야만 준비가 가능한 스테이크를 응용해 보자. 고기의 연육제로도 쓰이는 파인애플은 그 맛 또한 육류와 좋은 궁합을 이루는데, 달콤하면서도 신맛이 있어서 고기의 느끼함이나 잡냄새를 가려 주기 때문이다. 꼬치에 스테이크용 고기와 파인애플, 그리고 색의 조화를 위해 대파를 한데 끼우고 준비된 양념에 재운다. 이렇게 준비해 두었다가 손님이 왔을 때 구워내면 편하다. 양념에 재운 채로 냉동보관할 수도 있다. 떡 꼬치를 변형하여 아이들 간식거리를 만들 수도 있는데, 떡을 편편하게 꿴 다음 자극적인 양념장 대신 토마토소스나 케찹을 바르고 그 위에 치즈를 녹여서 굽는 것이다. 간단하게 만든 피자쯤이 될 텐데, 밀가루 반죽이 아닌 떡과 어울려 그 맛이 색다르다. 아이들 간식 뿐 아니라 와인 안주로도 좋아서 어른들도 잘 드신다.
◆ 뉴욕식 핫도그
늘 바쁜 뉴요커들은 길에서 많은 일들을 해결한다. 맨해튼 한가운데 있는 센트럴 파크 공원에서 낮잠을 자고, 길에서 점심을 때운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길에서 이뤄지는지, 심지어 의자 하나 달랑 갖고는 거리에서 성업하는 길거리 안마사가 있을 정도. 이쯤 되면 뉴욕의 명물인 길거리 음식들이 얼마나 다양할 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핫도그와 프레즐이 있다. 시큼하게 절인 양파를 듬뿍 얹어서 머스터드와 케첩을 넉넉히 뿌린 뉴욕식 핫도그는 특히 양키 스타디움 같은 경기장에서의 일등 먹거리. 경기장에 앉아 핫도그 한입에 맥주 한 모금 마셔가며 야구 경기를 즐기는 것이 많은 뉴요커들에게는 최고의 휴일이다. 버터와 계란을 섞지 않은 뻑뻑한 반죽을 꼬아서 만든 빵 프레즐. 독일의 어느 선교사가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데, 구수하게 발효된 밀가루 빵에 굵은 소금만 툭툭 박혀있어서 투박하다. 지방함량이 거의 없어서 길거리 음식 중에서 손꼽히는 다이어트식. 뉴욕의 또 하나의 명물은 ‘케밥’이라고 불리는 터키식 샌드위치이다. 갓 구운 닭이나 양 또는 소고기를 듬성듬성 썰어서 얇은 빵에 얹고 마요네즈나 요거트 같은 맛의 소스와 양상추를 넣어 말아준다. 케밥이나 핫도그를 한 손에 들고 근처 공원이나 벤치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한 끼 때우다 보면 새삼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 혹자는 집도 절도 없이 손으로 먹는 ‘처량한’ 모습이라 할 지 모르지만. 그러나 탁 트인 공간에서 격식 없이 밥을 먹는 그 여유와 자유는 느껴본 자만이 알 수 있으니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오늘 퇴근길에 정거장 앞 노점에서 어묵 한 꼬치만 드셔 보세요."라고 권해볼 수밖에.
케냐에서는 통 옥수수를 버터에 발라 구워주는 콘 버터를, 동남아 어느 곳에서는 막대에 끼운 열대 과일을, 브라질에서는 도넛처럼 튀겨낸 작은 빵을, 남대문 시장에서는 구운 가래떡을 길에서 판다. 쪼그리고 앉아서 떡을 굽는 아주머니와 한 두 마디 나누면서 가래떡을 먹으면 그 마음이 정겨우니. 포장마차에 앉아 국수 한 그릇을 비우든, 앤 공주처럼 노천카페를 찾아 샴페인을 주문하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잠시의 해방감일 것이다. 길거리 음식의 낭만은 집보다 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의 오아시스다.
푸드채널 '레드 쿡 다이어리' 진행자
◆ 스테이크 꼬치
꼬치 1개, 스테이크용 고기 100g, 파인애플 1조각, 대파 약간, 발사믹 식초1/2큰 술, 설탕 1/2큰 술, 파인애플 시럽 1/2큰 술, 간장 1큰 술, 겨자 약간, 후추, 깨.
1 식초, 설탕, 간장, 시럽, 겨자, 후추, 깨를 한데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2 스테이크용 고기, 대파와 파인애플을 한입 크기로 잘라서 꼬치에 번갈아 꿴다.
3 2를 1에 재워둔다.
4 달궈진 팬에 여분의 양념장을 발라가며 3의 꼬치를 굽는다.
◆ 피자 떡꼬치
떡볶이떡 15개, 피망1/2개, 양파1/2개, 토마토소스 혹은 케첩 2큰 술, 고추장 1/2큰 술, 올리고당 1큰술, 피자치즈, 소금, 후추.
1 떡볶이 떡은꼬치에 4~5개씩 꿴다.
2 피망과 양파를 잘게 다져서 토마토소스, 고추장, 올리고당과 섞은 다음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3 1에 2를 발라가며 앞뒤로 구운 다음 마지막에 피자 치즈를 얹어서 녹여 낸다.
◆ 뉴욕 식 핫도그
핫도그 빵 1개, 소시지 1개, 양파 1/3개, 식초 1큰 술, 설탕 1큰 술, 피클, 소금, 케첩, 머스터드.
1 양파는 가늘게 썰어서 식초, 설탕, 소금에 간하여 숨이 죽도록 절인다.
2 핫도그 빵을 반으로 갈라 구운 쏘시지를 끼우고 1의 양파를 듬뿍 올린다.
3 2에 다진 피클을 올리고 케첩과 머스터드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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