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내가 사는 곳엔 봄비가 내렸다. 많이 내리지는 않아도 나무를 적시고, 숲을 적시고, 길을 적셨다. 내 방에서 바라보면 베란다 난간 철봉에 은구슬 같은 동그란 물방울들이 사이 좋은 형제들처럼 조르르 매달려 있다.
봄비는 한번 내릴 때마다 부쩍부쩍 기온이 올라간다. 땅속의 풀과 나무들도 기지개를 켠 다음이다. 그렇게 내 마음에까지 봄기운을 느끼던 차에 어떤 분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연두빛 색깔의 봄나라 말들을 보았다.
봄아지랑이, 봄나들이, 봄비, 봄나비, 봄나물, 봄밤, 밤바다, 봄하늘, 봄동산, 봄빛, 봄꿈, 봄눈, 봄노래, 봄잔치, 봄처녀, 봄맞이, 봄갈이, 봄김치, 봄바람, 봄방학, 봄물, 봄볕, 봄보리, 봄베기, 봄동, 봄날…
거기에 나도 봄기운, 봄꽃, 봄누에, 봄햇살, 봄소풍, 봄감자, 봄길 같은 말을 더해 보았다. 그러자 봄기운이 한결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러다 한차례 더 눈이 내리고, 잎샘 같은 짧은 추위가 올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봄나라의 기운은 밤새 내린 봄비를 타고 하늘로 땅밑으로 우리 마음 안으로 찾아왔다. 바야흐로 우리의 봄날이 시작되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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