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공세가 연일 이어지면서 증시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1,000포인트 돌파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던 종합주가지수가 17일 장중에 972선까지 떨어지자 올들어 많이 약화했던 ‘외국인의 위력’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를 계속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외국인 매수에만 의존하는 성장세는 한계에 도달한 만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을 주도해 온 국내 투자자들의 힘으로 증시를 이끌어 나가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최근 환율 및 유가불안, 외국인 매도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내 증시의 본질적 동인은 국내 투자자의 풍부한 유동성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승 추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주가가 40% 급등하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5,000억원에 불과, 외국인이 아닌 국내 투자자의 유동성의 힘이 상승장의 원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 상승분 40%에다 환차익 16%를 더한 막대한 평가차익을 누리고 있어 앞으로도 차익실현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외국인들이 월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순매도를 지속하지 않는 한 국내 투자자의 힘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도 현 조정장세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윤 센터장은 "최근 조정은 주가가 연초부터 쉬지 않고 130포인트 가량 급등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고 있으나 예상보다 빠른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나 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상 가능성은 상당 부분 과장된 듯 하다"고 분석했다. 물론 최근엔 외국인 뿐 아니라 국내 기관들도 매도에 나서고 있어 당분간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지만, 일단 추세 반전의 신호가 포착되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정 국면의 매수 대상으론 어떤 업종이나 종목을 주목해야 할까. 우선 4월 실적 시즌을 앞두고 호전이 예상되는 은행주나 조선주를 들 수 있다. 외국인들은 대규모 순매도 와중에도 은행과 조선업종에 대해선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은행주 가운데는 특히 국민 신한 부산 대구 하나은행 등을 집중 매수하고 있고, 선가가 역사상 고점을 경신하는 등 실적 호전 기대감이 팽배한 조선주에 대해서도 입질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연일 팔아치우고 있는 정보기술(IT)주를 역발상적으로 매수하라는 의견도 있다. 메리츠증권 윤 센터장은 "1분기 IT 기업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IT주가 급락하고 있다"며 "하지만 연초 미국의 IT 소매지출이 대폭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지금부터 실적이 발표되는 4월 중순까지 IT주를 매수할 적기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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