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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당번…교통정리…교실청소…학부모 부담 확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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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당번…교통정리…교실청소…학부모 부담 확 줄인다

입력
2005.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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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딸을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 보낸 박모(37·여)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학교 급식당번 때문이다. 어린 둘째를 키우고 있어 짬을 내기 힘든 박씨는 "일단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른 엄마들은 벌써 교실 청소까지 한다고 해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저학년 초등생을 둔 부모들이 학교 급식이나 교실 청소 등 각종 ‘봉사활동’에 시달리고 있다. "내 자식들을 위한 것"이라지만 상당수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선생님 눈 밖에 날까 싶어 간다"며 부담을 호소한다.

17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시내 555개 초등학교 중 550개가 급식을 실시하고 거의 모든 학교가 1, 2학년생 배식에 학부모를 참여시킨다. 교실에서 급식하는 1학년 학급은 2,812개, 2학년이 2,810개에 달하고 통상 학급당 학부모 2명이 나오기 때문에 서울서만 매일 1만명의 학부모가 당번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부분 학교에서 학기 초 1, 2학년생 학부모에게 급식당번표를 보낼 정도로 참여를 강제하고 있다는 점. 맞벌이 등으로 시간을 내기 힘든 경우는 휴가를 내거나 다른 가족이나 도우미를 사서 보내야 한다.

저학년 교실 청소 또한 학부모 몫이다. 서울 시내 한 유명 국립초등학교의 경우 홈페이지 내 신입생 안내를 통해 반별로 각 2명씩 학부모의 청소당번 순서를 정해놓고 있다. ‘어머니 급식당번 폐지를 위한 모임’의 조주은(38·여) 공동대표는 "청소를 하고 나면 담임교사로부터 ‘청소검사’를 받는 곳도 있다"며 "‘여기 좀 더 닦으세요’ 라는 지적에 모멸감이 들었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녹색어머니회 가입을 권유해 등하굣길 학교주변 교통정리나 환경미화, 각종 행사에 따르는 주변 일을 학부모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 교육청은 17일 강제·할당식 당번제도를 폐지하는 등 초등학교 저학년 급식 방식을 개선키로 했다. 시 교육청은 이날 초등학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유급 인력을 채용하거나 고학년생의 봉사활동을 유도하고 급식 지도를 통해 2학년부터는 자율 배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또 전체 학부모, 지역사회 등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되 학부모를 자녀의 학급에 배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자원봉사를 유도키로 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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