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 수출 2위국으로 유가 고공 행진을 타고 호황을 누리는 러시아가 외채를 탕감해달라고 배짱을 튀기고 나왔다. 러시아가 채권국 협의체인 파리클럽에서 빌린 400억 달러 중 100억 달러를 조기 상환하는 대신 채무를 경감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AP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러시아 경제는 1998년 지불유예를 선언할 정도로 추락했으나, 이제는 빚을 충분히 갚을 만큼 회복된 상태다. 2000년 이후 유가가 오르고 있는 데다 해마다 10% 안팎으로 원유 생산을 늘려 꾸준히 오일머니가 들어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1,344억 달러로 세계 7위 수준. 2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도입한 외채 중 남은 33억 달러를 3년이나 앞당겨 상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는 채무 탕감부터 주장하며 국내 정치 문제를 핑계로 댔다. 채무 경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자가 경제에 부담이 돼 유권자들이 정부에 등을 돌릴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파리클럽이 채무 탕감을 해준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파리클럽은 지난해 이라크의 부채를 탕감했는데, 당시 이라크가 잠재적 석유 부국이라는 점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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