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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항운노조 폐쇄성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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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항운노조 폐쇄성 벗어라

입력
2005.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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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운노조 채용비리가 전국적인 현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이 체포된 데 이어 인천항운노조 전·현직 간부들이 직원 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무더기로 적발됐다. 일반 노조원과 구직자 등을 상대로 채용 및 승진 대가금 명목으로 수백만~수천만원씩을 받아 챙기거나 상납한 혐의다. 지난 1월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기아차 노조의 취업장사를 뺨치고도 남을 정도다.

항운노조 비리는 오래 전에 뿌리부터 곪아 왔다. 일제 때부터 내려온 폐쇄적인 노조 형태인 ‘클로즈드 숍’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 노조에 가입해야만 부두노동자로 일할 수 있어 노조가 채용에 절대적인 권한을 갖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돈이 오가는 것이다. 항만하역 근로자의 92%가 취업을 위해 평균 830만원의 돈을 건넸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복마전 같은 실상을 보여준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하는 노조의 존재 이유조차 부정하는 행태다.

사정이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노동부는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을 의식, 항운노조의 독점적인 노무공급권을 사실상 묵인해 왔다. 노동부와 부산시는 1984년 합동감사를 벌여 비리를 적발했지만 흐지부지됐고, 검찰도 2003년 항운노조 비리를 수사하다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노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노조의 독점적인 인력공급 지위를 박탈해 노사정위원회나 시민단체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노조형태도 세계 각국의 추세에 맞춰 ‘클로즈드 숍’에서 ‘오픈 숍’으로 전환토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벌여 실상을 낱낱이 공개하고 재발방지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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