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쇼크’가 세계 증시를 강타했다. 전세계 자동차업체 주식이 크게 요동쳤음은 물론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이자 미국 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제너럴 모터스(GM)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투자 부적격 채권)’로 추락할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는 16일(현지시간) GM에 대한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S&P 관계자는 "GM의 신용등급은 우리가 2006년 이후 재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데 회의를 갖게 될 경우 언제라도 하향 될 수 있다"고 밝혔다. S&P는 GM의 장기 채권에 대해 투자적격 등급 가운데 최하위인 ‘BBB-’를 부여하고 있어 한단계 하락하면 정크본드로 전락하게 된다.
역시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GM의 신용등급을 아예 ‘BBB’에서 ‘BBB-’로 낮춰 버렸다. 피치는 GM의 지속적인 시장 점유율 하락과 부정적으로 예상되는 단기 현금 흐름을 신용등급 하락의 배경으로 설명하면서, "2·4분기 중 매출·생산 실적이 부진하거나 재무상황이 악화할 경우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였던 GM이 위기에 몰린 것은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과의 경쟁에서 패퇴했기 때문이다. GM은 연초부터 판매 촉진을 위해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나섰지만, 2월 미국 시장 점유율이 24.4%로 떨어졌으며, 특히 수익성이 좋은 대형 SUV와 픽업 트럭의 판매가 크게 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평가 회사의 경고로 GM의 주가는 하룻동안 13%나 폭락했고, 유럽 증시에서도 다임러와 르노 등 자동차회사 주식이 각각 2.9%와 2.3% 내렸다. 17일 국내 증시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1,700원과 750원 하락, 5만5,200원과 1만4,050원에 머물렀다.
대신증권 김상익 책임연구원은 "세계 자동차 업종의 대장주인 GM의 실적 악화는 단기적으로 국내 관련 종목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론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GM 쇼크 이후 전세계 자동차 업종이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지만 않는다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해진 현대차와 기아차에게는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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