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통과에 울분을 참지 못한 국가유공자가 한강에 투신자살했다.
17일 오전 8시17분께 국가유공자(베트남 참전용사 상이4급) 하모(63·경기 파주시)씨가 서울 반포대교 북단에서 남쪽 27번째 교각 위에서 ‘우리 땅 독도, 0.00001%도 내줄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흰 도화지를 든 채 "독도는 우리 땅, 왜 침범하냐"고 외친 뒤 한강으로 뛰어들었다. 하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강수난구조대에 의해 3분만에 구조됐지만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목격자 이모(34)씨에 따르면 차를 타고 가던 중 다리 위에서 한 노인이 ‘우리 땅 독도…’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소리치더니 아래로 투신했다. 종합방제센터상황실에 접수된 다른 목격자들도 "웬 노인이 ‘독도는 우리 땅, 일본 어쩌고저쩌고’를 외치며 손에 쥔 피켓을 흔들다 피켓을 먼저 강에 버리고 자신도 곧바로 뛰어들었다"고 진술했다.
신고를 접수한 김기환 소방교는 "또 다른 신고자는 흰 도화지에 쓴 ‘독도는 우리 땅, 0.00001%도 내줄 수 없다’는 문구를 똑똑히 봤다고 재차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막내아들(30)의 취업 문제로 고민을 해 온 것 외에는 뚜렷한 자살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둘째 아들은 "20일쯤 전 가족회의에서 아버지가 막내 걱정을 많이 한 것 외엔 별다른 고민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평소 하씨가 TV뉴스와 신문을 꼬박꼬박 챙겨보는 등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고 잘못된 국가정책 등에 관한 소식을 들으면 자주 흥분했다고 전했다. 부인 정모(60·회사원)씨는 "독도문제가 보도되면 ‘죽일 놈들’ ‘저런 나쁜 놈들’하며 한숨을 쉬었다"고 말했다.
고엽제피해자 전우회 소속으로 가끔 용산 전쟁기념관의 ‘전우신문’을 찾아 고엽제피해에 대한 정부대책을 성토하기도 했다. 전우신문 박종화 국장은 "평소 고인이 안보문제에 유난히 관심이 많고 예민했다"고 전했다. 하씨는 1980년대 중반부터 신경안정제와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95년 고엽제피해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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