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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문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전문가 3인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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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문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전문가 3인 좌담

입력
200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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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가 16일 ‘다케시마의 날’조례 제정을 가결함으로써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16일 이용중 동국대 법대교수, 주종환 민족화합운동연합 이사장,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 등 한일관계 전문가 3명을 초청해 좌담회를 가졌다. 전문가들은 좌담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노골적인 야욕은 일본 사회 전반의 우경화, 군국주의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우리정부는 분명한 과거사 청산 요구 등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한일관계를 발전적으로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다케시마의 날’조례 제정의 파장

▦주종환=대다수 시마네현 주민들은 정작 조례에 별 관심이 없다. 독도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일부 어민들이나 중앙의 우익 정객들만 떠들어댄다. 일본 국민들도 한류의 영향 등으로 한국에 대해 상당한 친근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역시 독도문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우익세력과 일반 국민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이용중=일개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이 국내법·국제법상 무슨 영향이나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같은 행동이 일본 사회 전반의 우경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한류 때문에 일본 국민이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말초적인 감정이다. 일본 지도층의 역사의식은 1970~80년대보다도 더 퇴보하고 있어 우려된다.

▦하종문=시마네현의 정치인들은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동에 나섰다. 한일관계는 분명히 층위가 다른 문제인데 자기들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조례를 제정한 것이다. 시마네현은 일본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한 지역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오키나와처럼 역사적, 사회적 의미가 있는 곳도 아니다. 스스로 주목을 받기 위해 이런 도발을 했다는 게 개탄스럽다. 독도분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까진 어느 정도 균형상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한계를 넘는 분위기다. 그것도 일본의 일방적 도발에 의해서다. 일본 정부는 도대체 조정기능이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조례 제정에 일본 중앙정부의 조직적 지원과 개입이 있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정부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국제법상 독도는 명백한 한국 영토다. 설령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더라도 어림도 없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하나도 없다. 다 간접증거인 반면, 우리는 명백하다. 일본이 어떤 음모를 획책하더라도 큰 틀은 변하지 않는다.

◆ 독도 문제의 역사적 배경

▦주=2차 대전 종전 직후만 해도 민주주의와 평화헌법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전체적으로 합의한 상태였다. 일부 극우세력이 문제를 삼았지만 무시당했다. 하지만 경제적 안정을 되찾아 가면서 국민들은 정치 무관심층으로 바뀌었다. 일본에서 10년간 대학교수를 했지만, 대학생들도 사회문제나 정치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나 문제의식도 없었다. 이러한 무관심을 비집고 교묘히 극우세력이 부활한 것이다. 이들은 국민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영토분쟁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

▦이=영토문제는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된다. 독도는 일본입장에서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던 상태다. 하지만 정치집단의 우경화가 이를 본격적으로 내뱉게 하고 있다. 독도분쟁은 일본 우익세력의 위기상황을 대변한다. 냉전해체 이후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일 동맹관계가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익세력은 기득권을 잃고 있다. 때문에 독도영유권 주장 등 군국주의 망령을 계속 끌어내려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 국민의 심성 구조를 들여다 봐야 한다. 일본은 항상 문화적 우위의 대륙에서 떨어져 있다는 열등감이 골수에 묻혀있다. 태평양에 뜬 채로 365일 땅이 흔들리는 나라가 일본이다. 자기 땅이 불안하고 문명의 시원으로부터 멀어져 있다는 열등감 때문에 대륙진출과 탈아시아론, 서구적 팽창주의에 빠졌다. 역사적으로 대륙이 안정되면 일본은 항상 뒤로 밀렸다. 21세기 들어 과거의 구조와 틀이 무너지고 중국이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대륙이 안정되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게 일본 사회 우경화의 배경이다.

▦하=영토문제는 러시아와의 북방 4개 섬 분쟁 때부터 불거졌다. 그것이 이제 독도로 옮겨온 것이다. 영토문제는 국민들의 주의를 붙들어 매고 애국심을 고양하는데 기여한다. 일본의 우익세력도 그런 계산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이라는 강대국과 직접 맞대면해온 반면, 일본은 고립돼 있었다. 때문에 균형감각이 없고 자기중심적이다.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데 익숙하지 않다.

▦주=독도문제는 단순히 한일 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미국도 일본의 우경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에 대한 견제세력을 키우는 것이 미국의 세계전략이다. 미국은 일본을 앞세워 아시아에서 패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재촉하고 있다. 과거에 미국이나 영국이 메이지유신 때 일본과 동맹을 맺고 아시아 지배에 나섰는데 그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은 결과적으로 일본한테 배신 당했다. 지금 그런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은 나중에 일본이 핵무장하고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선다면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 독도 문제의 근본적 대응방안

▦이=독도문제를 동북아 전체 구도의 틀에서 볼 필요도 있지만 나는 한일 양국관계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전후에 단 한차례도 식민지배를 사과한 적이 없다. ‘통석의 염’이니 하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전부다. 사과는 피해자 입장에서 설득될 때 성립된다. 더구나 구체적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것이 사과인가. 과거를 들먹이는 것이 한일관계를 후퇴시키는 것 같지만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도 과거사 문제를 접어두고 갈 순 없다. 피해자인 우리 입장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져야 한다. 일본은 아직 국제정치적으로 위상이 미미하다. 2차 대전 전범국이라는 콤플렉스 때문이다.

▦주=기본적으로 찬성이다. 한일관계가 아직 매듭이 안됐다. 독일은 전후 반성기념관을 지어 각국 수상들을 모아놓고 참회의 시간을 가졌다. 일본은 실제로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자기들이 이렇게 당했다라는 것을 되새기는 기념관만 지었지, 자기들이 피해를 준 사실에 대한 반성기념관은 하나 없다.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진정한 한일관계는 없다. 한일협정도 무리하게 맺어진 것이 아닌가. 우리 정부도 이제 미일 안보체제의 부속물인 한반도가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방향, 자주적 힘을 길러내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이=1962년 인도 중국간 국경분쟁 때 인도 네루 수상은 "중국이 큰 나라인 것을 안다. 하지만 인도도 작은 나라는 아니다"라며 강력대응했다. 결국 중국이 물러났다. 독도문제를 어업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독도 부근 어장의 규모가 1년에 3,000억원이라는 통계가 있다. 시마네현이 혹시 3,000억 때문에 독도영유권을 시비 거는 것이라면 우리는 독도에 민족감정 전체를 걸고 있다. 독도문제를 건드릴 때마다 한국인은 피가 끓는다. 이제 40년간 계속돼온 우리 외교부의 무대응 원칙, ‘조용한 외교’를 돌릴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조용한 외교 갖고는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주=지금 일본에선 극우파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군비확장 등 방위력 증강은 국민들이 솔깃할 만한 주제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아 헌법개정도 실현될 것이다. 이런 우경화 분위기 속에서 어민들이 독도 얘기하니까 정치인들이 나선 것이다. 다음 선거에 나올 때 국수주의적 감정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면 ‘다케시마는 우리땅’이라고 주장해야 할 판이다. 실은 일본과 한국의 우익은 공생관계다. 심지어 그 정도가 이제 식민지배를 축복으로까지 찬양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번 기회에서 우리로선 확실하게 극우파 논리가 잘못됐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극우파의 논리는 멸망의 지름길이다. 평화의 길만이 일본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일본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이=좌우를 떠나 남들이 나를 업긴 여길 때는 내 허물이 무엇인가를 한번 봐야 한다. 참혹했던 식민지배를 다행이고 축복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존재하는 한 일본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일본은 경제적 대국이지만 국민전체가 스케일이 큰 나라는 결코 아니다. 일본을 욕하는 문제와는 별도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주=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통해 이익을 챙기려는 하는 한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지금 미국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큰소리를 치고 있다. 미국의 극동정책, 대일정책에 변화가 없는 않는 한 한일갈등이 계속 된다. 미국이 한반도나 일본을 중립화해서 중국과의 패권의 완충지대로 하겠다는 정도의 평화적 방향으로 나오면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실마리도 나올 것이다.

▦이= 외교정책이나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각 국민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 무의식이다. 이 것이 한 나라의 외교정책을 끌고 나가기도 한다. 집단적 무의식이 설정한 역사적 문제를 구조적 틀로만 풀 수는 없다. 국민적 감정과 심층적 무의식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어느 역사도 인위적으로 조정해 원하는 방향으로 간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한일관계는 양쪽 다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 옆에 붙어있는 나라들은 항상 이래왔고 지금도 그렇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더하다. 인도, 파키스탄도 그렇고 어쩔 수 없는 숙명관계다. 다만 가능한 한 최적의 상태로 협력과 교류를 증진시켜야 한다.

▦하=한국의 민주화는 90년대 이후 경제성장보다 빠른 진전을 보였다. 일본은 세습 의원들이 지역구를 장악해 다른 정치적 변화가 불가능하다. 한국에 대한 중앙의 정책도 바뀔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일의원연맹이란 게 지금은 공중에 떴다. 지금은 한일관계를 조율했던 김종필씨 같은 정치인도 드물다. 한국 쪽은 386세대로 바뀌어 민주화 신념 등이 크게 바뀌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이미 양측의 정치적 외교채널 루트가 바뀌고 있다. 초조감에 견제심리에 빠진 일본 우익들이 독도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한국 우익들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일본 우익은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 약화된 이쪽 우익을 복원하고 싶은 욕망에 차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다. 우리가 자신 있게 원칙을 제시한다면 일본 우익은 자연 고사하는 식으로 갈 것이다.

◆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을 위한 대안

▦주=조선시대 때도 독도를 무인도화 한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을 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영토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만 어로가 막히게 된 일본 어민들의 생계를 위해 어느 정도 배려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이=한일어업협정 당시 그 문제에 대해 양측이 어느 정도 묵계한 측면이 있다. 일본 어민의 생계 문제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로권 문제에 관한 한 우리측에서도 어느 정도 양보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왕 새로운 한일관계의 기준을 선포한다면 과거사 문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카드이자 수단이다. 우리정부는 일본에 대해 불법적 강점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실질적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하= 의연한 대응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불리한 입장에서 일본한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지 않는 것은 당신들의 수치이며, 국제사회에서 존재하기 위한 기본 룰을 어기는 것이라는 점을 그들에게 일깨워야 한다. 군국주의와 탈아시아 정책은 19세 중반으로 회귀하는 역사적 후퇴다. 정부가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을 위한 독트린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그 동안 못다한 한국측 얘기를 담아내야 한다. 이런 원칙들을 표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한일관계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서도 이 정도는 당신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의 이익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주=일본 극우파와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일치하지 않는다. 일부 언론과 정치세력이 조장하는 측면이 강하다. 한일 양국이 다같이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가면서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지 평화의 틀을 깨는 것이 옳은지 이번 기회에 일본 국민들에게 선택을 물을 필요가 있다.

정리=변형섭기자hispeed@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 하종문

▦서울대 인류학과 졸업

▦도쿄대 일본사학 박사

▦한신대 일본학과 부교수

▦저서 ‘전시노동력 정책의 전개’ 등

◆ 주종환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동국대 경제학박사

▦동국대 명예교수

▦민족화합운동연합 이사장

▦저서 ‘한국자본주의사론’ ‘한국현실경제와 이론’ 등

◆ 이용중

▦미국 워싱턴대 정치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법학박사

▦동국대 법대 교수

▦논문 ‘조약의 비준에 관한 국가실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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