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고수는 "변신 기대 마세요. 제가 마징가 제트는 아니잖아요"라고 말하고, 영화 ‘잠복근무’의 개봉을 앞둔 김선아는 "액션배우로 변신이냐구요? 변신 한 적 없어요"라고 화들짝 놀란다. 연기변신이란 배우들에게는 너무도 부담스러운 말인가 보다.
사람들의요구는 복잡하다. 발랄하면서 은근한 섹시함을 풍기는 전지현의 이미지를 좋아하면서도 그녀의 새 CF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전지현은 늘 똑같아"라고 투덜댄다. 입을 쑥 내밀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을 짓는 김선아의 능청스런 코믹 연기를 좋아하면서도 새 영화 앞에서는 "김선아 또 코믹연기야?"라고 말한다. 인간미 넘치는 임창정의 연기에 진탕 웃고 극장문을 나서면서도 "연기가 지난 번 영화랑 다른 게 없다"라고 중얼거린다.
그 반대의 경우라고 마음에 들까. ‘인게이지먼트’를 보고 온 어떤 이는 ‘아멜리에’처럼 귀엽고 통통 튀는 오드리 토투를 보러 갔더니, 우울한 표정으로 튜바를 불어대는 심각한 오드리 토투만 나오더라고 불만이다. 드라마 ‘거짓말’에서처럼 지적이고 부드러운 이성재를 사랑했던 팬이라면 ‘신석기 블루스’를 보고 "배신이야 배신!"을 외치고, 섹시한 이효리가 작업복 입고 나온 드라마 ‘세잎 클로버’를 보고는 채널을 돌려 버린다.
연기변신은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숙제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찬사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변신 로봇이라도 되고 싶은 것이 배우일 것이다. 하지만 늘 변덕스러운 게 대중들이라, A를 원하는 줄 알았더니 사실 우리는 B를 원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B를 주면 원래대로 A가 낫다고 말하고, 그렇다고 A만 계속 주면 지겹다,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코미디 영화 ‘Mr. 주부 퀴즈왕’에 출연하는 한석규의 연기변신은 또 한번 난해한 테스트를 거쳐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영화 데뷔작이기도 한 ‘닥터 봉’을 잊어버렸을 정도로 그의 이미지는 코믹함과는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전작들의 잇단 흥행 부진으로 액션-스릴러 등을 거쳐 결국 다시 돌아온 곳이 코미디’라는 따가운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건 관객들의 변덕이다. 코미디로 돌아왔더니 "난 ‘텔미썸딩’이나 ‘주홍글씨’ 같은 스릴러가 한석규에게 어울리는 거 같더라" "난 멜로연기가 좋던데, 왜 멜로는 안 하지?"라고 반응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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