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아내 미오를 병으로 떠나 보낸 타쿠미는 모든 것이 어설프다. 여섯 살 난 아들 유우지에게 뭉개진 달걀 프라이를 먹이는 등, 자기가 생각해도 한심한 요리솜씨로 식탁을 차린다. 장마를 코앞에 둔 여름인데도 겨울 양복을 입고 출근할 정도로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나 커보인다. 게다가 타쿠미는 대학시절 과다하게 육상에 전념하다 병까지 얻어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다.
사는 것이 너무나 막막할 것도 같은데 타쿠미와 유우지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 않다. "1년 후 비의 계절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미오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어린 유우지는 종이인형을 빨래 줄에 매달아 놓고 비가 오기를 기원하고, 타쿠미는 주치의에게 아내의 약속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으며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주변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반신반의하지만, 둘은 미오가 유우지를 위해 남긴 동화책을 읽으며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반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6주 동안의 기적이 그들 앞에 펼쳐진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눅눅한 장마철을 배경으로 동화 같은 보송보송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이 낯설어 어리둥절해 하는 미오가 타쿠미의 설명을 통해 어떻게 둘의 사랑이 이루어졌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따스한 감동을 전해준다. 남편과 아들 곁을 다시 떠나야만 하는 운명을 깨달은 미오가 유우지에게 달걀 프라이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타쿠미의 여자동료에게 가족을 부탁하는 장면은 관객을 울컥하게 할 만하다.
타쿠미와 미오의 사랑을 둘러싼 비밀이 담긴 타임캡슐과 볼펜, 다이어리 등 앙증맞은 소품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이어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예정된 이별을 앞두고 코끝이 시큰해질 때쯤 이루어지는 놀라운 반전도 느닷없다기보다는 깜찍하게 느껴진다.
너무나 뻔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를 얄미울 정도로 정갈하게 마름질한 솜씨가 만만치 않은 영화다. 일본에서만 100만부가 넘게 팔린 이치가와 다쿠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0주간 흥행 10위권을 유지하며 200만 일본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뷰티풀 라이프’ ‘굿 럭’ 등 TV 드라마로 연출실력을 인정받은 도이 노부히로가 감독을 맡았다. 25일 개봉. 12세.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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