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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 과거사’ 내부 마찰/ 獨·佛 등 舊회원국 "경협위해 포용"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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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 과거사’ 내부 마찰/ 獨·佛 등 舊회원국 "경협위해 포용" 주장

입력
200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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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동구권 국가들이 가입해 25개국으로 확대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입장차로 신 구 회원국 사이에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EU는 올해안에 러시아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키로 하는 등 유화적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편입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가 러시아와의 불행한 과거사를 거론하며 강경입장을 고수, 기존 서유럽 회원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EU 분열은 18일 예정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을 계기로 가시화할 전망이다.

5월 EU-러시아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인 이 회담에서는 경제, 자유·안보·사법, 대외 안보, 연구·교육·문화 등 4개 영역에서 양 진영의 유대를 강화하는 내용의 관계 재정립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발트 3국과 폴란드가 독일 프랑스 등의 대 러시아 유화책을 순순히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에 대한 4개국의 감정적 앙금이 쉽게 해소되기에는 뿌리가 너무 깊기 때문이다.

이들은 러시아가 제국주의적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그루지야 등 인접국가에 대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2차대전 종전 60주년을 맞아 폴란드 카틴 숲 학살사건 등 스탈린 독재체제에서 소련이 자행한 강제 병합 및 대량 학살 등 과거사 책임문제까지 거론돼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는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EU-러시아 정상회담과 함께 열리는 러시아의 전승기념 행사에도 불참키로 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기존 EU 회원국은 전략적으로 러시아를 포용하려는 입장이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원이자 민간자본 투자처인 러시아는 EU의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라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EU의 이 같은 분열을 외교적으로 이용, 신·구 회원국 간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브뤼셀 유럽정책연구센터의 마이클 에머슨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서유럽에는 아첨하는 반면 발트 3국 등에는 공격적 외교로 나서, EU의 신 회원국을 블록에서 소외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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