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개봉한 영화 ‘콘택트’는 천문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칼 세이건(Carl Sagan)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칼 세이건은 자신이 남긴 유일한 소설이 영화로 완성되기 직전인 96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이 영화는 칼 세이건에 대한 추모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For Carl’(칼을 위해)이라는 자막을 넣었으며, 모래를 이용해 Carl의 앞 자인 C자를 연출한 장면도 나온다.
‘콘택트’는 외계인과의 접촉(contact)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수학과 관련된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다. 여주인공 조디 포스터는 외계에서 보내온 신호음을 포착해 분석한 결과,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 떨어지는 소수(素數· prime number)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나서 조디 포스터는 "수학은 우주 어디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universal) 언어"라고 말한다.
소수에 대한 연구는 몇 천년 전부터 이루어져,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이미 소수가 무한히 많다는 것을 증명했다. 소수는 무한히 많으므로 제일 큰 소수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더욱 큰 소수, 새로운 소수를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프랑스의 성직자이자 수학자인 메르센(Mersenne)은 자신의 이름을 딴 ‘메르센 소수’라는 것을 만들었다. 메르센 소수는 2의 거듭제곱에서 1을 뺀 수가 소수인 경우를 말한다. 첫 번째 메르센 소수는 22-1=3이고, 두 번째 메르센 소수는 23-1=7이다. 24-1=15는 소수가 아니기 때문에 세 번째 메르센 소수는 25-1=31이 된다. 미국 일리노이대는 1963년 23번째 메르센 소수를 발견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211213-1은 소수이다’라고 새긴 우편 스탬프를 찍기도 했다.
몇 년에 하나씩 발견되던 메르센 소수가 최근에는 매년 하나씩 추가로 발견되고 있다. 2003년에는 40번째, 2004년에는 41번째, 올해 2월에는 42번째 메르센 소수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소수인 42번째 메르센 소수는 225964951-1로, 그 값은 781만6,230자리나 된다. 독일의 안과전문의이자 아마추어 수학자인 마르틴 노바크(Martin Nowak)는 개인용 컴퓨터로 50여일 작업한 끝에 이 소수를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수학자들은 왜 이렇게 큰 소수를 찾는 일에 관심을 쏟는 것일까. 소수를 찾는 것 자체가 수학적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오늘날 소수는 암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주 큰 두 소수를 곱해 수를 만들고, 그 수가 어떤 두 소수의 곱인지 알아야 암호를 풀 수 있다. 두 소수를 곱하는 것은 금방이지만, 주어진 수가 어떤 두 소수의 곱인지 알아내려면 슈퍼컴퓨터를 돌려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소수를 이용한 암호는 해독되기까지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
쌍둥이 소수(twin prime)는 (3, 5) (5, 7) (11, 13) (17, 19)와 같이 (p, p+2)가 모두 소수인 경우를 말하는데 (3, 5)를 제외한 모든 쌍둥이 소수는 6, 12, 18과 같은 6의 배수를 중심으로 1을 더하고 1을 뺀 형태이다. 사촌 소수(cousin prime)는 (p, p+4)가 모두 소수인 경우로, (19, 23) (37, 41) 등이 있다. 쌍둥이 소수와 사촌 소수는 서양에서 붙여진 명칭이지만, 쌍둥이 촌수가 2이고 사촌의 촌수가 4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촌수를 반영한 명칭인 것 같다. (31, 37) (41, 47)과 같이 (p, p+6)이 모두 소수인 경우는 섹시 소수(sexy prime)라고 한다. 생뚱맞게 등장한 sexy 때문에 어리둥절할지 모르지만, six(여섯)에 해당하는 라틴어 단어가 sex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상은 모두 두 소수씩 짝 지은 이중 소수이고, 세 소수씩 묶여 있는 삼중 소수도 있다. (17, 23, 29) (47, 53, 59)는 (p, p+6, p+12) 형태의 삼중 소수이다. 네 개의 소수로 이루어진 사중 소수도 있으며, 이런 소수들을 총칭해 소수 별자리(prime constellation)라고 한다.
수학자 골드바흐가 1742년 동료 오일러에게 적어 보낸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素數)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추측’이다. 대부분의 미해결 문제들은 문제를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난해하지만, ‘골드바흐의 추측(Goldbach’s Conjecture)’은 4=2+ 2, 8=3+5와 같이 짝수를 두 소수로 분해하는 예를 떠올릴 수 있어 쉽게 느껴진다. 물론 모든 짝수에 대해 성립함을 ‘증명’해 내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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