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고 안익태 선생의 스페인 유족들이 16일 정부에 애국가 저작권을 무상 기증했다. 안 선생의 부인 롤리타 안(89) 여사와 딸 레오노르(53), 외손자 미구엘(29)씨는 이날 오전 문화관광부를 방문, 애국가 저작권 무상 기증서에 서명하고 이를 정동채 장관에게 전달했다. 유족들은 기증서에 "애국가가 한국 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불리기를 소망하며 고인이 사랑했던 조국에 이 곡을 기증합니다"라고 적었다.
롤리타 안 여사는 기증서 전달 후 발표한 ‘사랑하는 한국 국민 여러분에게’라는 글에서 "애국가는 한국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므로 한국 국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한국 국민들의 마음 속에 선생이 살아있음을 확인해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럽고 감사한다"고 감회를 말했다. 롤리타 여사가 스페인어로 쓴 글을 읽던 레오노르씨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자 미구엘씨가 나머지를 읽어나갔다.
롤리타 여사는 고령을 의식한 듯 "저는 이제 곧 남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여행은 다른 위대한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조국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쳤던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한 한국인을 저와 함께 공유했던 모든 한국 국민들과 작별하기 위한 것입니다" 라고 썼다. 그는 또 "남편이 떠난 후 혼자 세 딸을 데리고 살아가기가 참 힘겨웠지만, 한국 국민이 보여준 사랑으로 항상 기쁘게 일어날 수 있었고, 남편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었다"며 한국에 대한 깊은 감사와 사랑을 표시했다. 정 장관은 유족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 서초동 캠퍼스의 콘서트홀인 KNUA 홀을 ‘안익태 홀’로 바꾸고, 10월에 개관하는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안에 별도의 안익태 선생 유품 전시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독립기념관에 와있는 92점 외 스페인에 남아있는 안익태 선생의 유품 178점에 대한 구입문제를 18일 안익태기념재단이 유족들과 만나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유족들이 애국가 저작권을 기증함에 따라 문화관광부는 그동안 애국가 저작권을 위탁관리해온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공문을 보내 애국가를 관리 대상에서 빼 줄 것을 요청했다. 이로써 애국가는 국민 누구나 온·오프 라인에서 무료로 쓸 수 있게 됐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 ‘사랑하는 한국 국민 여러분에게’ 전문은 한국일보 인터넷 홈페이지(www.hankooki.com)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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