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지명자는 15일 상원 외교위의 인준 청문회 발언을 통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틀로서 6자 회담의 유용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6자 회담의 영속성엔 단서를 달았다. 현재처럼 북한이 회담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게 이날 그가 밝힌 메시지였다.
힐 지명자는 다자에게 위협을 주는 북한 핵 프로그램을 다자 외교를 통해 풀어가려는 현재의 접근법은 "옳은 형식"이라고 강조했다. "평화적 수단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미국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북한을 침공하거나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의 약속을 되새김하기도 했다.
그러나 6자 회담에 대한 그의 이날 발언은 미국 관리들이 그동안 해온 통상적인 언급과는 다른 색조를 띠고 있었다. 그는 6자 회담이 "최선의 선택"임에 분명하지만 "그 회담은 분명히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 회담이 진전을 거두지 못할 경우 다른 방식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덧붙였다. 국무부 관리로서는 이례적으로 미국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 속에서 북한의 불응으로 6자 회담이 교착 상태를 이어갈 경우 미국이 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속뜻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부시 정부 2기 들어서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주장하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힐 지명자는 부시 1기 정부 때 북한 등의 핵 물질 수출 차단을 목적으로 마련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의 성과에 대해서도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수출을 감소시키는 현실적 효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북한의 물질을 구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북한 핵 문제에 한국과 미국 사이에 시각차가 있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하고 "그렇지만 한국과 미국은 매우 긴밀한 접촉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양국 공조에 큰 이상이 없음을 강조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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