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석유화학과 여천NCC, 호남석유화학 등 화학업종의 국내 톱3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비는 바스프 다우케미컬 듀퐁 등 세계 빅3 화학기업의 0.3%에 불과하다. 재무구조의 건전성과 수익성 등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 일류기업들을 앞지르고 있지만 투자, 특히 R&D투자는 훨씬 못 미치고 있어 중장기적인 성장가능성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한국은행이 섬유 화학 철강 전기전자 자동차 등 5개 제조업종에서 매출액 상위 국내 3대 기업과 세계 3대 기업들의 경영성과지표(2003년 기준)들을 비교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평균 151.2%로 세계 주요기업 평균치(250.2%)보다 99%포인트나 낮았다. 외환위기 이후 강력한 채무구조조정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끌어내린 결과다.
수익성도 국내 기업들이 더 양호했다.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평균 8.6%로 4.5%의 세계 기업을 크게 앞질렀다.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 세계 기업들은 45원의 이익을 남기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86원의 순익을 낸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R&D분야에서 세계 기업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3대 국내 기업의 R&D투자비는 1,140만 달러로 글로벌 3대 기업(35억7,870만 달러)의 0.3%에 불과했다. 자동차에서도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요타 GM 등 세계 빅3는 191억7,300만 달러를 R&D에 투입한데 비해 현대차와 기아차 GM대우 등 3대 국내 메이커가 쓴 돈은 13억770만 달러로 6.8%에 불과했다.
전기전자분야에서도 국내 3대 기업(삼성전자 삼성SDI LG필립스LCD)의 R&D투자비는 세계 3대 기업(IBM HP 마쓰시다)의 23.7%에 그쳤고, 철강부문의 국내 빅3(포스코 INI스틸 동국제강)는 세계 빅3의 23.4%에 불과했다.
R&D투자에서 5개 업종 평균은 국내 기업이 세계 기업의 13% 수준이었다. 매출액과 비교해 볼 때 국내 기업들은 1,000원 매출에 33원을 R&D에 쓰는 반면 세계 간판기업들은 41원을 썼다. 세계 기업들은 당장의 순익은 덜 남겨도 미래의 연구개발에 돈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이 취약하다는 것은 결국 미래의 지속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국내기업경영이 이젠 성장잠재력 확충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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