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이나 햄버거 같은 방송이 넘쳐나는 요즘, EBS는 영양제나 건강식품 역할을 해야 합니다. 청소년은 물론, 전 국민에게 약이 되는 방송을 하겠습니다."
16일 취임한 권영만(46) EBS 신임사장의 일성이다. "EBS는 스스로 ‘참 좋은 방송’이라고 말하는데 혼자 떠들면 뭐하나. 정말 국민이 필요로 하는 방송이 돼야 한다"는 각오도 밝혔다.
최근 파격 인사로 화제가 된 최문순 MBC 신임사장보다도 세 살이 젊은 권 사장은 EBS 설립 이래 최연소 사장이자 2000년 독립 공사화 이후 첫 내부 승진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1년간 EBS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망도 얻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겨를이 없다.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EBS가 유일한 공영 교육방송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고석만 전 사장의 남은 임기(1년)를 채우는 것인 만큼 욕심을 내 큰 일을 벌이기보다는 수능 방송 등 전 사장 때부터 추진해온 일들을 차근차근 챙겨 내실화를 기하겠다"고 말했다. 권 사장이 청와대 비서관 출신임을 들어 EBS의 오랜 숙원인 수신료 배분율 인상이나 광고 배정 확대 등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라는 사내 일각의 기대에 대해서도 단칼에 잘랐다. "그동안 누누이 말해왔지만 수신료 문제 등은 정치력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먼저 좋은 방송을 만들고, 정책 PR을 열심히 해서 ‘EBS같은 방송에는 수신료를 내고 싶다’는 식의 국민적 호응을 끌어내야 한다."
권 사장은 조직 개편 및 인력 운용 방향과 관련,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면서 "그러나 KBS가 도입하고 MBC도 추진중인 팀제 전환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미 조직이 슬림화돼 있는 EBS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사장이 취임 후 맞닥뜨린 가장 큰 난제는 3월 말로 예정된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 선정. EBS는 3개의 사업자를 뽑는 지상파 사업자군에서 KBS MBC SBS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덩치로만 보면 당연히 힘겹다. 하지만 신도시 건설하면서 상가만 짓는가.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이 필요하지 않나. 지상파DMB 사업자도 6곳 중 적어도 1곳은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EBS가 되어야 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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