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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만의 책임 아니다

입력
200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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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하는 일진회의 행태가 한 중학교 선생님의 고발로 드러나면서 모두들 충격에 휩싸였다. 교육부총리의 담화문이 발표되고 자진신고와 피해신고를 안내하는 파출소 현수막이 거리에 내걸렸다.

그래서 경찰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고절차를 한번 밟아보았다.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실명확인 절차가 앞을 막는다. 부모나 선생님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것이 학교폭력의 특징이거늘,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여기에 신고를 할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좀 더 따뜻한 안내문도 첨부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학교와 교육부는 왜 신고를 받지 않을까?

지난 며칠 경쟁이라도 하듯 학교폭력에 대한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언론매체에서도 연일 특집으로 보도하고 있다. 소극적이었던 교육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면서도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부서나 책임자도 없이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는지 의심스럽다.

최초로 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대책을 수립한 1995년부터 10년이 흘렀다. 과연 뭐가 개선됐는가. 한 가지라도 좋으니 내실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할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시류에 편승해서 쉽게 뜨거워지고 곧 식어버리는 냄비식이어서는 학교폭력의 해결은 요원하다.

최근 교육부가 2009년까지의 학교폭력 대책으로 발표한 ‘5개년 기본계획’은 포장만 그럴듯하고 내실은 없는 종합선물세트다. 관계부처는 정책 수립과 추진에서 네트워크를 구성해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걸출한 스타의 현란한 플레이보다 팀워크가 필요하다.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는 상담과 신고를 한 곳으로 모으고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요즘 같은 정보사회에서는 사실을 은폐할 수도, 속일 수도 없다. 학교는 학교폭력 사실을 지역사회에 알려 협력을 받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외부 민간단체의 프로그램을 활용한 내실있는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필요하다.

특히 피해학생은 확실히 보호돼야 한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의 치료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치료비를 시도교육청이 우선 부담하고 가해학생 측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피해학생을 전학시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전학은 가해학생이 가는 게 옳다. 가해학생에게는 처벌과 선도를 병행해야 한다.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에 수용하는 것은 낙인효과를 감안할 때 능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치해선 안 된다. 다양한 사회교육을 활용한 수강명령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학교폭력의 정책수립과 의견수렴에 아이들을 참여시키자. 과거 일진회 멤버였다가 마음을 고쳐먹은 대학생을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자원봉사 학점으로 인정하고 필요한 경우 활동비도 지급하면 좋을 것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의 교육을 가정, 사회, 학교가 삼위일체가 돼 담당했다. 그렇지만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도 교육에 무관심해지면서 교육은 학교의 몫이 됐다. 그런데 믿었던 학교마저 무너지고 나니 모두가 난리법석인 것이다. 책임을 학교에게만 묻는 것은 책임전가다. 차제에 가정, 학교, 정부 모두 반성하고 아이들에게 사죄하자.

학교폭력 대책의 출발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일시적인 호들갑이 아니라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느낄 때, 아이들도 어른을 신뢰하고 따를 것이다.

박병식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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