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들 중 선임된 이사로 객관적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 상태를 감독하고 조언할 수 있다.’
이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소개되어 있을 정도로 보편화한 ‘사외이사’에 대한 정의이다. 그러나 16일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당국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과연 은행 사외이사들이 이런 사전적 의미를 알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지난해 5개 시중은행 이사회에서 처리된 172개 안건 중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안건은 단 2건이었다. 우리금융지주(전체 안건수 31건), 신한금융지주(25건), 하나은행(30건), 외환은행(41건)에서는 반대표가 단 1건도 나오지 않았으며 45건의 안건을 처리한 국민은행에서만 2건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1건도 없었다. "안건 상정 이전에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라는 은행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거수기’라는 비판을 접을 수 없게 만드는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은행권 사외이사들은 2003년에도 168건의 안건을 처리하면서 단 3건에 대해서만 반대표를 행사했다. 물론, 은행권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91개 상장기업의 이사회 안건 중 96%가 무사통과됐다.
그러나 유독 은행권 사외이사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높은 것은 수익성만큼이나 공익성도 중시해야 하는 은행의 특성 때문이다. 특히 ‘은행대전’으로 각 은행이 지나치게 수익에만 매달리는 지금 사외이사들의 견제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은행 안건들의 무사통과가 연간 수천만원의 보수를 받는 사외이사들이 스스로를 ‘구색 맞추기용’ 정도로 격하한 결과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박진석 경제과학부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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