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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일정책 변화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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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일정책 변화 불가피하다

입력
200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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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조례를 가결했다. 한국 국민과 정부의 대대적 반발과 경고가 끝내 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반인의 독도 관광을 전면 허용하는 한편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단계적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이로써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양국 관계에 끊임없는 기복이 있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한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 밀고 당기며 단호한 대일 자세를 가다듬은 일은 없었다.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시마네현과 의회에 있다. 일방적으로 독도의 영토편입을 밝힌 1905년 2월22일의 시마네현 고시 100주년을 맞아 눈에 띄는 사건을 연출함으로써 일본 국내의 독도 인식을 자극하겠다는 속셈은 맞아떨어졌겠지만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아무것도 없다. 자매결연을 맺은 경상북도의 즉각적 반발과 교류단절, 한국민 전체의 반감을 불렀을 뿐 한국의 실효지배라는 엄연한 현실을 흔들지 못할 것이다.

일본 정부의 자세도 석연치 않다. 지방의회의 행동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원칙론에 머물러 사태를 방관함으로써 결과적 방조 의혹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 의원내각제의 속성상 일본 정부와 연립여당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연립여당이 시마네현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공식 대응이 어려웠다면 자민당 차원의 물밑 대응에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궁극적으로 한일 관계 자체가 흔들릴 것이란 분명한 인식을 가져 마땅했다.

물론 정부가 밝혔듯 시마네현의 조례 제정이 독도 영유권에 어떤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문제의 조례는 독도 문제를 일본 국내에 널리 인식시키려는 것이 1차적 목적이다. 직접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기보다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장기적 영유권 주장을 준비한다는 취지다.

우리가 그동안 국민적 반발 열기와는 별도로 정부가 전략적 고려에 바탕한 냉정한 대응을 지속하기를 바란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개 지자체의 움직임이 일본 전국으로 번질 것을 경계했다. 이런 우려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일본의 주류 언론이 감정 자제를 촉구하고, 한국측 반발을 걸러 보도하는 절제된 태도를 보였지만 양국 관계의 급랭을 감추진 못했다. 우리의 희망과는 달리 국제사회도 이미 독도 문제에 눈을 떴다.

이런 사태를 맞아, 더욱이 그것이 이미 영토주권에 대한 국민 정서를 침해한 마당에 정부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중대한 조건의 변화에 걸맞은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것으로 일본측의 더 이상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국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들여야 한다.

다만 이런 정책 변화에도 절제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한일 관계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늘 강경론이 우세하고, 한쪽으로 치닫게 마련인 여론에 정치가 편승하거나 이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 정부가 그런 유혹을 떨치고 일본 정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전략적으로 조절을 할 수 있다면 이번 사태를 독도의 실질 지배권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우리는 국민 감정의 폭주도 경계한다. 전국을 휩쓰는 반발 열기에 얹어 분노를 발산하고, 현실의 문제를 잠시 잊을 수는 있겠지만 상호의존하고 있는 양국 관계로 보아 사태의 장기화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동북아에 일고 있는 정세변화의 난기류 속에서 이번 사태가 갖는 의미와 비중도 따져 보아야 한다. 북핵 문제가 잠재해 있는 가운데 중국·대만, 중일, 미일, 한미 관계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 당국이 머리를 싸매야 할 난해한 문제고, 국민적 지혜를 모아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이런 큰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도 정부는 원모심려의 혜안을 갖고 이 사태를 헤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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